현대중공업의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권오갑 그룹기획실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뉴시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9년 동안 노조 무분규 기록을 세웠지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대립각을 세우며 20년 만에 파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 권 사장의 첫 시험대는 ‘노사 갈등 중재’ 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14일 상견례부터 36차례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했지만 타협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연장을 결정함에 따라 노사는 오는 25일까지 10일간 추가 교섭에 돌입한다.

이를 의식한 듯 권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노사의 편가르기를 멈추고 미래를 향해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권 사장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교섭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남긴 전례에 대한 영향이 크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2년 연속 임금위임과 단체교섭을 타결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3년 대기업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이 가능했던 것은 노사의 상생의지와 더불어 권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이 바탕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권 사장은 탁월한 경영능력과 함께 내부소통을 중시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에 재직하면서 사장업무용 차량인 에쿠스를 직원들의 웨딩카로 제공하는가 하면 모친상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른 일화는 그의 품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권 사장은 2011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직원 급여 1%를 기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서도 권 사장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1위의 명성과 영광까지도 잠시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원칙과 기본의 초심으로 돌아가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고 새로운 정신 무장을 다짐했다.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구원투수로 나선 권 사장의 갈등중재 능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할 수 있을까’하는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