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벌목을 끝낸 산기슭 /그루터기에 앉아서 세상을 봅니다 /산마을 굴뚝에서 아침 연기 피어오르고 /일찍 잠 깬 산새들 새 아침을 노래합니다만 /부자와 가난뱅이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촛불 혁명으로 정권은 바뀌었어도 /분양 안 된 인생들의 서러움이 거리를 헤매입니다 /돈의 무게가 짓누르는 험난한 인생길 /노후 대책 없이 직장 잃은 후배의 딱한 사연이/공허한 메아리로 그루터기 산기슭에 뿌려집니다/다른 쓰임새로 잘려 나간 나무들마다/잎이 없으면 뿌리도 없다는 비명이 들리고/그러나 나는 그루터기에 앉아서 /청산은 날더러 물처럼 살라 하고 /창공은 날더러 티 없이 살라 하네 /맥없이 처량하게 되뇌입니다 /고고한 척 청아한 척 되뇌입니다―'촛불 4' 전문
2019년을 사는 우리에게 '촛불'은 무엇일까 다시 질문이 시작됐다. 변혁의 현장에서 촛불을 든 우리는 과연 누구였을까. 촛불로 정권을 바꿨지만 그 '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문영 미디어피아 대표가 생애 첫 시집 '비시시첩(比詩詩帖) 촛불의 꿈(다시문학, 2019)'을 출간했다. 기자로 언론인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오롯이 편견없이 담아내던 저자가 시인으로의 변신을 전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비시(比詩)'는 시답지 않은 시집에는 정제되지 못한 언어 나열, 상투적 비유, 억누르지 않은 감정의 분출들로 시다운 시가 아닐 수도 있다고 겸손해 한다. 그러나 행간을 따고 유영하는 듯한 시어에 귀 기울이면 "시대와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뇌, 양심에서 솟아올라 목청껏 외치는 열렬한 참여이고 나아가 실천"임을 엿볼 수 있다.
시집은 △서정 시첩 △성찰 시첩 △귀촌 시첩 △촛불 시첩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물에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는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그리고 다시문학 출판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담은 '다시 문학을 위하여'가 돋보인다. 2부와 3부는 고향 언저리로 귀농한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생명의 언어로 담았다. 4부는 촛불이다.
윤한로 다시문학 출판사 편집주간은 "애오라지 산문만을 쓰던 글지(작가) 김문영이 갑자기 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심에 불을 댕긴 건 바로 촛불 민주혁명이었다"며 "어떤 것들은 투박스럽게, 어떤 것들은 서투르게, 어떤 것들은 굵게, 어떤 것들은 뜨겁게, 가난과 설움과 성찰과 아픔과 부끄러움과 사랑과 애통과 안간힘과 희망과, 그리고 적폐 타도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악필처럼 갈겨썼다. 시원하고 후련하다"고 평했다.
저자에게 '촛불의 꿈'은 곧 사실과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었다. 저자는 "촛불 혁명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세력들이 그대로 남아 촛불의 꿈을 짓밟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천년만년 찬란하게 꽃피워야 할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이 촛불의 꿈과는 정반대로 모리배 협잡꾼들에게 훼손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시집 시편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한 것"이라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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