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격식 벗어던진 현대차그룹 이미지
파격적인 디자인 변경…소비자 관심 UP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는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2017년 6월 13일 코나를 출시하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진출했다.

코나 프레젠테이션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당시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의 옷차림은 코나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청바지에 흰색 면티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은 기존 현대차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전까지 신차 발표행사는 깔끔한 정장으로 격식을 갖춘 회사대표가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청바지에 흰티를 입고 코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최근 현대차그룹은 과감한 변신을 잇달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파격적인 옷차림이 현대차 혁신의 변곡점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그는 올해 3월 전 직원들의 복장규제를 타파했다. 정장의 압박에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출시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차들은 모두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모든 차량이 흥행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디자인부분에서는 새로운 시도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각각 준중형과 중형, 준대형 차급의 대명사 역할을 하던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는 기존의 정형화된 디자인 틀에서 벗어나 젊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가장먼저 변신을 시도한 차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아반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전투기를 형상화한 삼각형 디자인으로 기존 아반떼 이지미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너무 파격적인 변신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뒤이어 올해 3월 출시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신형 쏘나타(DN8) 역시 기존의 가족을 위한 점잖은 패밀리카 이미지를 타파하고 날렵한 쿠페 디자인으로 환골탈태했다.

이달 출시를 앞둔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그랜저도 성공의 상징을 보여줬던 단아한 모습과는 다르게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 현대자동차 최상위 프리미엄 세단 더 뉴 그랜저 왼관디자인. /사진=현대차


헤드램프와 그릴을 '하나의 면'으로 통합하고 다이아몬드 형상의 '파라메트릭 쥬얼'로 장식한 더 뉴 그랜저의 디자인은 '아빠차'에서 오빠차 혹은 내차 이미지에 가까워졌다. 

기아차는 더 파격적이다. 올해 3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를 거의 그대로 양산화해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소형SUV의 고급화를 선언한 셀토스의 경우 기존 흔한 국산차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완전히 신선한 이미지를 부여하며 흥행가도를 걷고 있다. 

최근 렌더링 이미지가 공개된 K5 풀체인지 모델은 스포츠카에 가까운 날렵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예비 오너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존 디자인에서 큰 변화 없이 앞뒤 램프와 그릴 정도만 다듬는 정도에 그쳤던 업계 관례도 과감히 탈피했다. 아반떼와 그랜저, 모하비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풀체인지급으로 변신했다.

물론 이런 파격이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아반떼의 경우 지나치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판매가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신형 쏘나타는 본격 판매를 시작한 4월 이후 10월까지 월평균 1만대에 육박하는 판매실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 뉴 그랜저는 사전계약 첫 날인 지난 4일 계약대수가 1만7294대로 역대 그랜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로는 이례적인 성적이다.

모하비 역시 올해 8월까지 월평균 200여대에 그치던 판매량이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모하비 더 마스터 출시 이후 두 달간 각각 1754대, 2283대로 열 배 가까이 급등했다. 모하비의 월 생산능력이 2000대 선인 것을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 넘는 흥행이다.

내달 출시 예정인 K5 풀체인지 모델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쏘나타를 위협할 만한 판매실적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을 보면 디자이너들이 '봉인해제'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호불호를 떠나 참신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이 가능해진 것은 현대차그룹의 바뀐 기업문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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