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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관세 철폐' 합의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중국과 관세 철회를 합의하지 않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1단계 무역합의로 내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산업계는 반도체·전기차 등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태였지만 1단계 무역합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관세 철회를 바라겠지만 나는 어느 것에도 합의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장소가 미국이 될 것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고집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양국이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는 중국의 발표를 부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은 협의가 진전됨에 따라 서로의 상품에 부과한 기존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다음 날 "상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전면적이고 충분하게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발표에 이어 미국 측 관리도 1단계 무역합의 내용에 관세의 단계적 철회안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은 폭스 비즈니스의 ‘루 돕스 투나잇’ 프로에 출연해 “현재 1단계에서 기존의 관세를 철폐한다는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 뿐”이라며 합의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그간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서 오는 12월 중순 부과 예정인 관세와 지난 9월부터 부과된 관세의 철회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9월 1일부터 112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매겨온 15% 추가관세와 내달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1600억달러(약 185조원) 규모의 15%의 추가관세의 철회를 검토해왔다. 이와 함께 미국은 중국에 대미 추가관세를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양국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 달 11일 미국 워싱턴 협상에서 이른바 '스몰딜'(부분합의)에 이르렀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이 1단계 합의에 따라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는 계획을 미뤘다.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키로 했다.
당초 산업계는 미국과 중국이 '스몰딜'에 도달하자 1년 넘게 이어지던 미·중 경제전쟁이 막을 내리며 반도체, 자동차 등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지연 가능성에 냉각됐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기존 관세도 철폐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개선됐다"며 "미중 기존 관세 철폐는 세계 경제를 억눌러온 대형 악재의 희석"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증권도 "브렉시트 등 일부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무역분쟁에 따른 우려는 완화된 것 같다"며 "내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면서 구조적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반도체·전기차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관세 철폐 발표 하루 만에 이를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내 일각에선 '스몰딜'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무부의 합의 발표를 전면 부정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장소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 최종 타결이 더욱 멀어졌다"고 내다봤다.
후시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라며 "분명한 것은 관세 철회 없이 1단계 무역 합의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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