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및 결승전이 열리는 일본 도쿄로 입성했다. 4년 전 초대 대회 우승국인 한국은 정상을 지키기 위해 강호들과 잇따라 경기를 펼치게 된다.

한국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C조 예선라운드에서 호주, 캐나다, 쿠바를 내리 꺾고 3전 전승으로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조 1위를 차지하면서 호주전 1승을 안고 있는 한국은 미국(11일), 대만(12일), 멕시코(15일), 일본(16일)과 차례대로 맞붙는다.  

예선 3경기를 치르면서 한국 대표선수들은 투타에서 고르게 활약했다. 특히 투수진은 3경기 27이닝 동안 캐나다전 단 1실점한 했을 뿐이다. 팀 평균자책점 0.33으로 슈퍼라운드 6강 가운데도 최강 마운드를 자랑한다.

예선 1~3차전 선발로 나섰던 양현종(6이닝), 김광현(6이닝), 박종훈(4이닝)이 무실점 역투한 외에도 구원 등판한 투수들도 유일한 실점을 한 함덕주 외에는 모두 호투하며 제 몫을 해냈다.

그런데 예선 3경기에서 한국대표팀 28명의 엔트리 가운데 야수 포함 유일하게 프리미어12 그라운드를 못 밟아본 선수가 1명 있다. KIA 투수 문경찬이다.

   
▲ 사진=KBO 공식 SNS


김경문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투수들과 타자들을 적재 적소에 기용하며 거의 완벽한 3연속 승리를 이끌어냈다. 마운드 운영은 거의 예술에 가까웠다. 

6일 호주전에는 양현종에 이어 이영하(1이닝)-이용찬(1이닝)-원종현(1이닝)이 마운드에 올랐고, 7일 캐나다전에는 김광현의 뒤를 차우찬(1이닝)-함덕주(⅓이닝)-조상우(1⅔이닝)가 받쳤다.

그리고 8일 쿠바전에서는 박종훈이 4이닝을 던지고 조금 일찍 물러난 후 차우찬(⅔이닝)-이영하(1⅓이닝)-고우석(1이닝)-하재훈(1이닝)-이승호(1이닝)가 차례로 등판했다. 고우석, 하재훈, 이승호는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 대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문경찬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문경찬에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면서 "다음 기회에는 꼭 기용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국가의 명예와 대회 성적이 걸린 주요 국제대회다. 사실 선수 개개인이 출전하느냐 안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홀로 출전하지 못한 문경찬에 대해 신경을 쓰면서 "직접 말은 못해도 제 심정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 선수단 미팅을 할 때 '다 맞춰줄 수 없다. 이해해달라'고 했다. 아마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면서 "다음 기회에 꼭 기용하겠다"고 했다.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의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과 배려심, 그리고 품격이 느껴진다. 김경문 감독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을 맡아 9전 전승 우승 신화를 일구고,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화기애애한 대표팀 분위기 속 예선 전승을 이끈 배경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슈퍼라운드에 오른 한국은 최소 4경기를 치러야 하고, 결승이나 3-4위전에 진출하면 한 경기를 더 해 총 5경기를 치른다. 예선 때보다는 더 많은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야 하고, 분명 문경찬은 국가대표 데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문경찬은 예선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어느 경기에서든 김경문 감독의 등판 지시가 떨어지면 화끈한 피칭으로 실력 발휘를 하면 된다.

올 시즌 KIA 불펜에서 최고 활약을 펼치며 새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은 문경찬은 54경기 등판해 24세이브(1승 2패)를 올렸고 평균자책점 1.3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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