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등 중도세력 좌파이념파와 결별 새 판 짜야

   
▲ 성준경 정치평론가
박영선 새민련 위원장은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건과 관련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사흘째 칩거에 들어 갔었다. 친노 이념 및 강경세력들이 당의 외연확장이라는 자신의 히든카드에 대해 반기를 들고 사퇴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었다.

제 1야당 대표의 보수성향의 비대위원장 영입이라는 결단에 맞선 친노 초·재선 주축의 막가파식 사퇴 촉구는 한편의 정치 막장드라마였다. 새민련의 계파 간 사생결단식의 내홍(內訌)은 일단 봉합국면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박영선 위원장은 당 원로들의 탈당만류와 핵심당직자들이 주도한 사퇴 만류를 유도한 의원투표 결과를 수용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새민련이 박 위원장의 탈당을 막고자 한 이유는 당의 존폐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새민련을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 발화물질은 지금도 도처에 깔려있다. 이는 세월호 정국과 이상돈 교수 영입 시도 및 실패과정에서 확인된 새민련의 비상식적 계파투쟁의 산물이다.

새민련의 내분은 국리민복(國利民福)보다 정파 및 계파적 이해에 매몰된 당내 제 세력들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에서 기인한다. 문재인 의원 등 친노 이념세력들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장일치로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비상대권의 꼭대기에 올려놓은 박 위원장의 합법적 권한행사를 사사건건 돌출해서 흔들어왔다. 현재 난파일보 직전의 새민련 호의 모습은 국익(國益)과 민생보다는 당권장악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문재인 의원과 친노 세력들에 의해 기인된 측면이 크다.

박영선 위원장은 취임초기 투쟁정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친노 세력들은 이를 용인하지 않고 두 번에 걸쳐 박 위원장이 여당과 합의한 안을 파기시켰다. 문재인 의원은 여당의 대폭 양보가 담긴 ‘세월호특별법’ 재 협상안에 대해 수용의사를 비쳤으나 자파 세력과 유가족의 반발이 있자 말을 바꾸었다. 오히려 김영오 씨 동조단식에 들어가며 박영선 위원장을 압박하고, 투쟁의 선봉에 나서도록 등을 떠밀었다. 이에 굴복한 박 위원장은 친노 세력의 장단에 맞춰 입장을 선회했다. 박은 파탄정국의 꼭두각시로 둔갑해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영선 위원장이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건으로 당내 사퇴 압력을 받고 ‘탈당’을 거론한 배경에는 역시 친노 좌장 문재인 의원이 있었다. 문 의원은 이상돈 교수 영입 과정에서 본인과 박 위원장, 이 교수 등 세 사람의 회동에서 암묵적 합의를 해놓고 ‘세월호특별법’ 재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소리를 했다. 이 교수의 출신 및 이념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자, 말을 바꾸고 박 위원장을 코너로 모는데 또 일조한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민련의 내분으로 인해 여야가 함께하는 정기국회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직권상정으로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기국회 개회 이후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본회의가 비로소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도 여당만 참여하는 반쪽 정기국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의 1년 대계(大計)를 결정하는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심의도 졸속·처리 될 것이 자명하다. 국정과 민생이 제 1야당 새민련의 ‘계파투쟁 볼모’로 잡혀있는 형국이다.

새민련은 국회 의석 130석의 제1 야당이다. 그러나 지금 새민련의 난파정당 같은 모습으로는 국정의 한 축을 담담할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담보(擔保)할 수 없음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졌다. 박영선 비대위원장도 이런 정당에서는 총선과 대선을 이길 수도 없고 국민에게 그 어떤 희망도 줄 수 없다며 탈당을 입에 담았다.

새민련 비대위원장 영입이 좌절된 이상돈 교수는 지금의 야당 발(發) 정계재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새민련 내 세월호 장외집회를 반대했던 15인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 등이 당의 전면적 해체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중도 온건·합리적 세력들로 노선별로 새 야당의 판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어느 순간에 한국 정치판에서 야당이 실종된 것 같다. 새민련의 드센 목소리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계파투쟁의 공허한 소음으로 메아리쳐 올 뿐이다. 국민의 시야엔 야당의 형체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상식적인 야당의 견제 없는 여당은 권력에 도취되어 민심을 등한시하고 독선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 야당의 복원이 절실하다.

새민련은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 이념 및 강경세력들과 합리적 중도 온건 세력으로 크게 양분되고 있다. 이들이 ‘한지붕 두가족’의 오월동주(吳越同舟) 행태로 제 1 야당을 계속하는 한 한국정치의 미래는 암울하다.

새민련의 박영선 위원장과 당내 중도·온건 성향세력들은 자신들의 정치철학과 의지대로 친노 이념 및 강경지향 세력과 결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순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문재인 의원 등 친노 이념지향 세력들도 자신들이 그토록 배척하던 당내 중도·온건세력들을 홀가분하게 결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지금 친노의 모습 그대로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적 판단을 받는 것이 정의와 양심을 외치던 그들의 양식에 반한 것 아닌가!

현재 새누리·새민련 주도의 양당체제의 한계는 자명하다. 더구나 지금의 양당체제로는 국가의 비전과 이를 위한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민생도 기약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 19대 국회가 보여준 자화상은 민심에 순응하는 합리적 대안 야당의 존재이유를 증빙하고 있다.  /성준경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