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의 심장 도쿄에 있는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의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심각한 오심이 나왔다. 오심을 바로잡을 기회였던 비디오 판독에서조차 오독이 나왔다.
그냥 지나치기 힘든 것이, 사실상 대회의 주최국이 일본이고, 오심의 당사자인 심판이 일본인이고, 엉터리 비디오판독이 일본의 시스템에 의해 내려졌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은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미국을 5-1로 꺾었다.
한국의 경기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선발 양현종의 5⅔이닝 1실점 호투와 불펜진 이영하, 이용찬, 조상우의 깔끔한 계투가 미국 타선을 압도했다. 선제 3점홈런을 터뜨린 김재환과 나란히 3안타 1타점 활약을 펼친 김하성 이정후도 빛났다.
하지만 한국의 미국전 승리 기쁨을 반감시킨 오심이 큰 오점을 남겼다. 한국이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후 김하성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자 다음 타자 이정후가 곧바로 우중간을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날렸다. 1루주자 김하성은 단번에 홈까지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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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프리미어12 공식 SNS 캡처 |
타이밍상 홈에서 접전이 펼쳐지긴 했으나 김하성은 세이프였다. 미국 포수가 중계된 공을 포구하며 홈플레이트 대부분을 무릎과 몸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김하성은 이를 피해 절묘하게 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태그를 시도한 포수의 미트는 아예 김하성의 몸에 닿지도 않았다. 김하성은 혹시나 싶어 홈플레이트를 다시 발로 밟는 후속조치까지 했다.
그런데 일본인 시마타 데쓰야는 주심은 망설임 없이 김하성의 아웃을 선언했다. 이 경기를 공식 중계한 미국의 캐스터조차 포수의 태그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을 때였다.
김경문 감독은 즉각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리플레이된 화면상으로도 김하성은 확실한 세이프였다. 당연히 판정이 번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순간, 비디오판독 결과를 전해들은 데쓰야 주심은 다시 한 번 아웃 콜을 했다.
오심이야 실수로 여길 수도 있다지만,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누가 봐도 드러나는 오심을 비디오판독 시스템이 잡아내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KBO는 어떻게 이런 비디오판독이 나왔는지 대회 주최측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누가 판독에 참여해 어떤 화면을 보고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는 깜깜이로 남게 됐다.
일본(혹은 일본에 우호적인 WBSC) 측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이날 맞대결은 이번 프리미어12 우승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한국이 우승한 4년 전 초대 대회 때 결승에서 맞붙었던 팀간 대결이기도 했다.
이런 경기에 일본인 심판이 2명이나 배정됐다. 시마타 주심 외에 3루심(후쿠야 아스시)도 일본인이었다.
한국-미국 경기에 제3국인 일본인 심판이 배정된 것은 그럴 수 있다 해도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심이 일본인이었고, 2명이나 일본인 심판이 나섰다. 시마타 주심은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존으로 양현종을 흔들더니(?) 한국의 득점 추가를 무산시키는 결정적인 오심도 했다.
슈퍼라운드와 결승전을 두 대회 연속 유치한 일본의 프리미어12에 대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대회의 탄생 자체가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대회 스폰서 대다수가 일본 기업들이다. 그럼에도 2015년 초대 대회 때 일본은 준결승에서 한국에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 무대도 못 밟아봤다.
이번에 다시 일본이 한국보다 못한 성적을 내면 일본 내부적으로는 큰 망신이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했고,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야구를 12년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시켰다. 올림픽 야구의 전초전 격인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이 결승에 올라 도쿄돔에서 화끈한 우승 세리머리를 펼치는 것. 아마 일본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다.
일본은 역시 한국을 가장 두려운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심판 배정과 일본인 주심의 오심, 이어진 비디오판독 오독을 보면 그런 의심을 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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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프리미어12 공식 홈페이지 |
한국과 일본은 예선라운드에서 각각 조 1위를 했고,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나란히 승리(일본은 이날 호주를 3-2로 제쳤다)를 했다. 현재 전적 2승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오는 16일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로 맞대결한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만나는 상황에서 그 경기 승부에 따라 결승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면? 또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질 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미국전에서 나온 것과 같은 오심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뭔가 정해진 시나리오에 의해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프리미어12 대회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다만, 그런 오심 사태를 겪으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미국을 혼내주면서 일본의 부러움을 산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에는 뿌듯함을 느끼며 박수를 보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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