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다국적 제약회사를 보니 흑자전환에 평균 20년 가량 걸렸으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를 8년 만에 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지난해 매출을 돌파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토대로 영업이익을 추정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엔 '열심히 했지만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하기 껄끄러워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예상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사장은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투자를 지속한 것이 이같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그룹 내에서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사업 계획서 수십장 쓴 것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특히 "자금력 문제로 한 두가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가지 제품을 개발한 것도 창사 이래 최초 흑자 전망에 기여했으나, 직원들이 사력을 다해준 것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에타너셉트) △임랄디(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아달리무맙)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인플릭시맙)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유럽·미국·한국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고 사장은 "미국에서는 소송과 라이센스 문제 등으로 1종만 판매하고 있어 유럽시장의 비중이 높다"면서도 "약국에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을 달라질 수 있으며, 2023년까지 미국 시장이 유럽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는 가격경쟁력과 대량생산 시스템에서도 퀄리티를 유지하는 등 2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1만5000ℓ를 생산하는 업체와 2000ℓ 생산하는 업체를 비교하면 누가 우위에 있겠는가"라며 "후발주자가 추격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셀트리온과 관련한 질문에 "경쟁사도 잘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잘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된다"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원가절감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사장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분들도 많고 국내외 출장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며 "흑자 지속시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공개(IPO)는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기회지만, 아직 자체적으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있다"면서 "신약 개발도 임상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판매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함암제 외에도 안과 및 희귀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고, 근골격 질환 치료제도 개발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중국·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도 면밀히 검토해서 실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7월 유럽 식품의약국(EMA)에 SB8 판매 허가를 신청했으며, SB11 임상 3상 막바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3S 바이오 등에 대한 판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브라질에서도 10년간 브렌시스(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에타너셉트)를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고 사장은 상생활동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회사는 이제 유년기 정도에 도달한 것 같다"면서도 "업계 선두주자로서 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다만 "최근 몇몇 직원들이 재판 받는 것이 가슴 아프고, 조기에 해결되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고 사장은 이날 '2019 바이오플러스' 행사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기술과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전략 등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