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조우석 언론인 |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이 책의 제목이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기파랑 펴냄)인데, 내 눈엔 너무 산문적이고 설명적이다. 굳이 그렇게 가려했다면 부제(副題) 하나를 달아줬어야 옳았다. 그래야 책 컨셉이 한 눈에 드러나는데, 이런 부제목이 필요했다.
'개발경제학의 일반이론과 그 응용'. 오케이? 그게 이 책의 정확한 내용이다. 이 신간은 경제학의 한 분야인 개발경제학의 문제작인데, 책은 얇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실은 저자 좌승희 박사가 영어 저술에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자본주의 선언문(A General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 Towards a Capitalist Manifesto)>도 있지 않던가?
패기 넘치는 그 제목대로 일반이론, 맞다.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이 책으로 대체하겠다는 학문의 주권 선언이다.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문(Communist Manifesto)'에 맞장 뜨는 '자본주의 선언문'이란 말도 그래서 나오는데, 새 책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는 그 연장선이다.
좌승희 경제학을 알기 위한 종합선물세트로 딱 좋다. 이 한 권에 당신이 대학에서 배웠던 주류경제학의 한계가 잘 설명되어있고, 긴축재정-시장개방-민영화로 요약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문제점까지 두루 나온다. 즉 이 책의 문제의식은 매우 근본적이다. 지구촌 200개국 중 선진국 30개를 뺀 나머지 대부분은 왜 가난한가?
좌승희 경제학의 종합선물세트
그게 경제학의 화두이어야 하지 않을까? 20세기 이후 부자나라로 성공한 건 왜 한국을 제외하고는 없는가? 경제발전 현상을 설명한다는 경제학은 그동안 대체 무얼 해왔단 말인가. 그들은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를 증가시키면 경제도 성장하는 법이라고….
혹시 그건 너무 기계론적 설명이 아닐까? 그렇게 쏟아 부었던 게 한국보다 먼저 산업화의 시동을 걸었던 남미를 포함한 저개발국들인데 왜 그들은 실패했을까를 왜 경제학은 설명 못하는가? 아프리카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규모의 국제원조라는 자본을 비롯한 노동을 쏟아 부었어도 여전히 그들은 최빈국으로 남아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 경제학의 패러다임 자체가 문제라는 게 좌 박사의 주장이다. 경제발전의 경험을 200년 이상 장기에 걸친 서구의 점진적 성장 모델에 근거해 경제학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부터 모순이다. 그런 장기 성장의 고전적 사례가 영국의 산업혁명이라면, 압축성장의 백미는 따로 있다.
그게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그렇다면 주류경제학은 한국을 포함한 일본-대만-싱가폴-중국 등 동아시아의 성장 경험을 외면한 반쪽 학문이다. 그런 주류 경제학은 결정적으로 시장 중심의 경제학이란 한계가 있다. 반면 좌승희 경제학은 "시장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중요하며 나아기 시장을 확대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함"(19쪽)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시장-정부-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론이다. 이건 반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개발연대 박정희의 성취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의 결과다. 일테면 대다수 저개발국이 산업화를 추진할 때 국가를 경제활동의 주체로 설정했다. 그 결과 비효율의 극치인 국영기업-공기업만 양산했다.
박정희는 민간기업이 경제성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크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컸고,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고 그게 한강의 기적의 요체다. 박정희는 경제건설의 위대한 챔피언이 맞는데, 핵심은 기업부국이었다. 하나 더. 박정희는 시장만 아는 주류경제학이 하지 말라는 정책을 밀어붙여 성공했다는 걸 음미해보시라.
그 제안이 바로 이 책 내용의 일부다. '산업정책'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주류경제학이 보자면 박정희는 교과서에서 권하지 않는 걸 골라서 했는데, 대성공했다. 유치산업 보호정책을 했고, 경제학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불균형의 방식으로 경제 빅뱅을 이뤘다.
|
|
|
▲ 좌승희 박정희재단이사장의 새책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는 경제학을 알기 위한 종합선물세트로 딱 좋다. 이 한 권에 당신이 대학에서 배웠던 주류경제학의 한계가 잘 설명되어있고, 긴축재정-시장개방-민영화로 요약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문제점까지 두루 나온다. /사진=미디어펜 |
<국부론>은 '기업이 빠진 경제학'
때문에 주류경제학의 패러다임으론 박정희는 도무지 해독 불능이다. 그런 반쪽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온전한 경제학의 재구성을 시도한 게 바로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이다. 이 멋진 작업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에 비견할 만하고, 때문에 경제사적 의미마저 있다는 게 나만의 판단이다.
알고 보면 그의 <국부론>은 '기업이 빠진 경제학'이다. 그 책이 출간된 게 1776년 활동하던 주식회사란 지금의 기업조직(corporation)과 영 달랐다.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을 했지만, 그건 양조장이나 빵집 같은 자본주의 이전 농경사회 기업에 토대를 둔 레토릭이었다.
아담 스미스는 주식회사가 근대기업으로 활성화된 19세기 초 이후의 자본주의의 출발을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좌 박사는 막연하게 시장경제라고 말하지 말고, 아예 자본주의 경제는 '기업경제'라고 명명할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기업 죽이기를 능사로 하는 지금 실로 유념해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죄송하다. 실제론 이 책 아주 쉽다.
나는 쉬운 얘기를 어렵게 설명하는데 재주가 있어서 말을 꽤 현학적으로 했을 뿐인데, 저자가 서문에 쓴대로 대한민국이 이룬 너무나 값진 경험을 세계와 북한에 전파하는 게 목적이다. 사돈 남 말하지 말자. 동시에 이 책은 '박정희 반대로'의 청개구리 짓을 하다가 망조든 우리를 점검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성장정체와 양극화의 덫에 빠진 채 경제민주화를 주구장창 외치고, 심지어 포퓰리즘을 능사로 아는 정치권 바보들이 이 책을 읽어야 옳다. 이 책 10만 권이 팔리면 이 나라 경제위기가 종식된다는 게 나만의 판단인데, 다음 회에 그 근거를, 즉 신음하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할까 한다. 참고로 이 책은 좌 박사와,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박사 사이의 공동저술이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