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볼모로 기업법인세 인상 맹공…“분배보다 성장 드라이브 필요”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한국은 전체 국민 중에서 담배 피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세계 평균 이상인 국가다. 요즘 애연가들 사이에서 세상 살기 퍽퍽하게 되었다면서 정부가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TV에서 나오는 보건복지부의 혐오스러운 금연광고 때문에 흡연을 하지 않는 필자도 가끔 영상을 볼 때마다 섬뜩하다.

지난 11일,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 종합금연대책을 발표했다. 2015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올리겠다는 담배세 인상안을 마련했다. 연 이어 15일에는 향후 2~3년에 걸쳐 주민세를 100% 올리고, 자동차세(자가용과 생계형 승합차 제외)도 2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거위털 뽑기가 시작된 것이다.
 

‘증세는 없다’던 정부의 급작스러운 정책변화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워졌다. 간접세, 주민세처럼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쉽게 거둘 수 있는 세금만 증액시킨다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담뱃값 인상은 세수 증대에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목표액보다 8조 6,000억 원이나 세금을 덜 징수한 정부로서는 향후 증대되는 복지재원 마련 등을 위해 여러 가지 증세 카드를 내민 것이다. 정부 발표 안대로 담배가격이 인상될 경우 2조 8,000억 원의 세수 확대가 예상되고 1인당 세금추가 부담은 연 8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소리 소문 없이 세금을 거둘 것이다. 심지어 물가상승은 0.62% 예상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니 담뱃값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파장은 너무 크고 국민 건강을 위한 대책 치고는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 순서는 소득세, 법인세 인상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추진해야 할 복지정책은 생각보다 녹녹치 않다. 문제는 이번 정부의 담뱃값 인상을 포함 증세 정책이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하는 소득 역진성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좌파 전문가부터 좌성향 시민단체들은 세수부족 원인을 일반 국민에게 돌린다면서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간접세인 담배세 인상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세수에 도움이 되는 소득세,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소득세보다 대기업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더 인상해야 한다고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다. 
 

   
▲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되자 좌파전문가부터 좌성향 시민단체들은 세수부족 원인을 일반 국민에게 돌린다면서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간접세인 담배세 인상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세수에 도움이 되는 소득세,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소득세보다 대기업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더 인상해야 한다고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를 통해 어떤 세금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구체적인 증세 방법을 도마 위에 올리면서 법인세를 포함한 증세 열풍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를 중심으로 세수를 확보해야 가능하다면서, 사악한 포퓰리즘 정서를 다시 조장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 확산시키는 기폭제 될까 두렵다
좌성향 인사들은 툭하면 기업 논리에 사로잡혀 서민을 뒷전으로 몰아넣는 정책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곤 한다.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여야 정치권는 승리를 위해 각 종 복지정책과 공약을 앞세웠다. 그 바탕에는 정의라는 용어를 바닥에 깔았다.

기업을 손 보겠다는 경제민주화를 주된 공약으로 삼았다.솔직히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마이클 샌덜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정의 신드롬은 현재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 와중에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에 프랑스 학자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침투하면서 다시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담론 속에 빠졌다. 피케티가 제기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그가 쓴 ‘21세기 자본론’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피케티는 누진적 소득세율 인상을 통한 자본수익률 억제, 자본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정책만 제시하고 있다.

세상은 평평해지고 발전하고 있다
2006년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이미 평평해졌고 앞으로 더 평평해 질 거라고 했다.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프린스턴대 교수인 앵거스는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성장을 이끌어낸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고, 수명도 늘고 평균 신장도 커졌다. 지속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물론 불평등은 존재한다. 절대적인 불만이 아닌 상대적인 불평등이다. 아무리 월급을 많이 받아도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부럽고, 내 처지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것 당연하다. 그런 불만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동인인 것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퇴보시키는 쪽으로 전환될까, 불만 많은 사회로 변할까 그것이 두렵다.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총량은 가변적이다. 생각보다 피케티 열풍이 불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국인은 불평불만을 제로로 가져갈려는 위대한 DNA를 가진 민족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행이다. 하루빨리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분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성장 드라이브를 걸 건인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