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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민국 경제발전을 논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정희라는 슈퍼스타 덕분에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게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박정희를 싫어하는 사람도 이 대목에선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모든 것을 박정희가 했다고 보는 것엔 어폐가 있다. 박정희 곁엔 ‘잘 살아 보자’는 열망에 찬 국민들이 있었고, 불굴의 의지로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지난 19일 서거 32주기를 맞이한 이병철 삼성 창업주다.
세간에선 박정희와 이병철 사이를 두고 ‘정경유착’이라고 폄훼하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둘 사이는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다. 친밀은커녕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둘은 첫 만남부터 팽팽히 맞섰다. 이병철은 자신을 ‘탈세 혐의 부정축재자’로 지목한 박정희에게 “나는 아무 죄가 없다”고 반격했다. 수익의 120%에 이르는 세금을 곧이곧대로 납부하면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납득한 박정희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고, 이병철은 기업인들이 국가정책을 도울 수 있게 민간단체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박정희는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이병철은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응수했다.
민관협력이 시작된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이병철은 특유의 민첩한 기질로 사업을 일궈 나갔고, 박정희는 그런 기업인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점이다. 거기에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협력은 오늘 날의 대한민국을 이룩하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경제발전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부각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이룩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혼자 잘한다고 해서 성장할 수 없는 일이다. 둘 사이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거꾸로 가고 있다. ‘적폐 청산’을 내걸고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기업을 옥죄고 있고, 기업은 그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바짝 엎드려 있다.
박정희와 이병철이 본다면 혀를 끌끌 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박정희와 이병철 시대 이전으로 회귀하게 될지 모른다. 대통령과 기업인은 옥죄고 옥죄이는 관계가 아닌 ‘경제 성장’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협력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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