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기반의 영화다보니 사실과 허구 구별해야 할 필요성 있어"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영화 ‘블랙머니’가 흥행가도를 달리며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블랙머니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심지어 영화는 ‘스타펀드는 2012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대한은행 매각 지연의 책임을 물어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국제소송(ISD)을 제기했다. 소송에 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 사건은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없다’는 자막으로 마무리 되며 국민적 분노까지 자극한다.

   
▲ 영화 '블랙머니'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는 2003~2011년 미국계 투자자본인 론스타(극중 스타펀드)의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인수·매각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자살 사건의 가해자로 누명을 쓰게 된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이 우연히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얽힌 거대한 범죄 사실을 알게 되며 시작된다. 

극중에서 스타펀드(론스타)는 자산가치가 70조원에 달하는 국책은행인 대한은행(외환은행)을 1조700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현실에서도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다만 금융업계에선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적 사건 일부가 현실과 달라 국민들이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팩트 1. BIS 조작한 은행 직원과 금융감독원 직원은 불륜이었으며, 둘 다 살해당했다?

우선 영화는 대한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해 하향 조정하는 중간 관리 여직원이 금융감독원 직원 최차장에게 팩스를 통해 관련 자료를 넘기며 사건이 시작된다. 영화에서 둘은 불륜관계였으며, 최차장은 이 과정의 비밀을 숨기려는 집단에 의해 살해당한다. 여직원 역시 자살인 척 살해당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은행직원과 금감원 직원 모두 남자였다. 또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둘은 각각 지병으로 사망하거나 수면 중 사망하는 등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극 중에선 살인사건으로 내용을 구성해 극적으로 더욱 음모론을 부각시켰다”며 “이는 사실과 다르며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뿐만아니라 BIS조작 논란 역시 1,2,3심까지의 재판 결과 조작이 아닌 것으로 판가름 난 것으로 파악됐다. 

   
▲ 영화 '블랙머니'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팩트 2. 70조원 가치의 은행이 헐값에 매각 됐다고?

극 중에선 70조원의 가치를 가진 은행이 단 돈 1조7000억원에 팔린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양 검사는 대한은행이 헐값에 넘어가는 것이냐며 분노하기도 한다.

이 또한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2003년 6월말 기준 외환은행의 자산총계는 64조7299억원, 부채총계가 62조4924억원이다.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빼면 순자산은 2조2375억원인 셈이다. 

헐값 매각 논란 역시 2006년 옛 재정경제부가 배포한 설명자료를 보면 론스타는 오히려 2003년 8월 인수 당시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매입가(평균 4250원)는 2003년 7월 중 평균 주가 3729원과 비교했을 때 약 14% 높다. 

팩트 3. 일명 ‘모피아’ 등 권력가의 자본이 론스타 펀드에 투자됐다?

영화 속에선 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일명 ‘모피아’들의 자금이 론스타 펀드에 투자됐다고 설명하며 공분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결과 모피아의 자본이 섞인 투자금은 없었다. 론스타 펀드에 참여한 자본은 대부분 미국 텍사스 주 연기금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론스타 펀드에 전직 총리 등 국내 권력가의 자본이 투자돼 있다는 의혹은 영화 속 내용처럼 과거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된 적 있다”며 “그러나 여러차례 진행된 수사, 재판 결과, 해당 사실은 없다는 것이 팩트”라고 강조했다.

5조원 규모의 ISD 소송 진행 중인 것은 팩트…올해 판정은 어려울 것

다만 2012년 론스타 측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을 방해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규모의 ISD를 제기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사실이다. 소송은 7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패소시엔 거액의 혈세가 지출될 수 있는 만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비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ISD는 절차 종료 선언이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은 상태다. 절차 종료 선언이 이뤄지고 나면 최소 6개월 안에 판정문이 나오게 돼 있어 적어도 올해 안에는 확정 판정이 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론스타 문제를 오래 끌어온만큼 많은 힘을 낭비했다"며 "소송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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