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으로 한일 외교의 공간이 마련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정부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징용 배상 해법인 일명 ‘1+1+α’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희상 안'으로보 불리는 ‘1+1+α’안은 한일 양국의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에다 해산 결정된 화해·치유재단의 미집행 잔액(약 60억원) 등을 합쳐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한 뒤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등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7일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지난 20일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을 통해 1+1+α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강제집행 전에 법안이 정비되면 좋겠다’며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으로선 이미 지출된 10억엔 외에 정부 차원의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무엇보다도 자발적 모금 성격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일 양측의 입장을 절묘하게 절충한,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방안이란 평가도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26일자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1+α안에 대해 “원고측도 일본측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아닐까”라며 “삼권분립 원칙상 행정부의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회입법을 통한 우회로 확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불러온 일본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서 비롯된 만큼 일본이 1+1+α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서 아베 일본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우리정부도 지난 22일 최종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일 간 진실게임 양상도 펼쳐졌지만 마이니치가 “문 의장 안이 실현될 경우 일본기업의 자산이 강제적으로 매각되는 사태는 면하고 한일 기본 조약의 토대가 유지된다”고 평가한 일도 있다.

따라서 내달 중순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수출규제 철회 및 백색국가 복원을 놓고 빅딜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상 지소미아 연장 시한을 이르면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결정되는 내달 중순, 길게 보면 내년 4월로 예상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 압류자산 매각까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이전에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한일관계는 최악의 파국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문 의장의 1+1+α안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변제된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반발도 적지 않아 이들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최근 “강제징용 문제는 피해자 동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배상 문제가 논의되면 좋지만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단체의 반대는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문희상 국회의장 안은 절대 논의 대상도 돼서는 안 된다. (2015년) 2.15 한일 합의 그보다 더 반역사적, 반인권적 처리안이다. 제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반영되지 않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돌려주기로 했는데, 이를 다시 기금의 재원으로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정부도 지난 2015년 12월28일 위안부 협상을 전격 타결해 ‘굴욕 외교’ 파동을 격은 박근혜정부와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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