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식 등 자발적 동참 배후엔 어김없이 존재

   
▲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
평범한 학생의 기준은 노동당원?

지난달 28일 두 명의 고교생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열여덟 고등학생’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입시에 목을 매는 평범한 고교생임을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그들의 말을 조금 더 강조해 ‘유민이와 동갑내기’임을 강조했다.마치 동갑내기의 슬픔을 공감해 한 행동인 것처럼.
 

1일에는 대학생들이 나섰다. 개강 첫 주 수업을 반납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거리행진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시민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 학생들 좀 보라”며 동조했다.
 

이들의 주장과 언론 기사만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어른들의 답답한 행태를 보다 못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정말로 ‘평범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 때 성립되는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평범한 학생이 아닐 뿐 아니라 이들의 ‘자발적’ 캠페인이라는 것도 ‘조직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다. 이들의 정체를 알게 되면 ‘무기한’ 단식이 겨우 이틀 만에 끝났다든지 하는 소소한 문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어진다.
 

최근의 일부터 짚어보자. 대학생 자발 모임을 ‘자발적’으로 이끈 용혜인씨.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 아니라 노동당원이다. 물론 당원도 ‘평범한’ 당원이 아니다. 재보궐 선거에 나섰던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진보신당(노동당의 전신) 창당준비 시절부터 활동해왔다.
 

단식 기자회견을 가졌던 두 명의 고교생, A양과 B군(이미 언론에 노출됐지만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실명까진 거론치 않겠다)은 어떨까. A양은 노동당 청소년위원회의 ‘노동당을 지지하는 청소년·청소년 활동가 선언’에 이름을 올린 57인 중 1인이다. 그 중에서도 태반이 가명을 썼는데 A양은 실명을 당당히 올렸다. 그는 ‘청년좌파’라는 단체 회원이기도 하다. 물론 이 청년좌파 후원계좌는 용혜인씨 계좌다.
 

   
▲ 지난달 28일 두 명의 고교생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1일에는 대학생들이 나섰다. 대자보를 붙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거리행진도 했다. 그러나 이들 배후에는 노동당이 자리하고 있어 학생들의 편향된 이념에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B군은 A양에 비해 과거 전력이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A양과 B군의 접점은 ‘청소년세미나모임(세모)’의 회원이라는 점인데, 이 모임은 노동당 청소년위원장 박모씨가 운영하고 있는 모임이다. B군은 용인지역 세모 세미나 운영을 주도하기도 했다.
 

둘은 단식 이전부터 세월호 사건 이외에도 밀양, 평창 각종 개발사업 반대를 비롯한 노동당의 정치투쟁 이슈들에 대한 포스팅을 SNS에 지속적으로 해왔다. 누가 봐도 입시를 걱정하는 평범한 고교생의 SNS는 아니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지난 연말 전국의 대학가를 휩쓸었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유행. 당시에도 대자보를 처음 작성한 것은 주현우 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 대의원이었다. 평범한 대학생의 목소리인양 노동당의 이슈를 전파한 것이다. 이후 이어진 일련의 ‘평범한 학생들의 목소리’의 배후에는 매번 노동당이 존재하고 있었다.
 

‘안녕들’ 대자보 사건 이후 ‘안녕들’ 네트워크가 조직됐다. 그 중 ‘청소년 안녕들’ 페이지는 ‘세모’를 운영하는 노동당 청소년위원장 박씨가 운영했다. A양이 ‘청소년 안녕들’ 운영에 참여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있었던 첫 학생 참여운동인 ‘가만히 있으라’ 캠페인의 제안자는 이미 알려졌듯이 또 용씨다. 물론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의 제안자는 A양이다. 나머지 두 명의 공동제안자 모두 고교생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들이다. 지지발언은 노동당 청소년위원회에서 했다.
 

이후 지역별로 열린 ‘가만히’ 캠페인은 용씨, A양, 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에 출마한 바 있는 주모씨 등 노동당 관련 인사들이 주도했다. ‘가만히’ 캠페인 이후는 앞서 언급한 동조단식과 수업 반납 대자보로 상징되는 ‘10만인의 동행’ 캠페인이 이어졌다.
 

백번 양보해서 이 모든 일이 순수한 학생 자발 캠페인들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진실이라고 하자. 이 모든 일들이 기획이 아닌 자발이었고, 학생 개인의 의사로 진행돼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이었고, 당원이 아닌 많은 학생들의 총의가 이 캠페인의 취지와 부합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단언컨대 우리나라 학생들의 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공감을 얻고 있는 정당은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아니요, 심지어는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도 아닌 노동당이다. 우리나라 학생 대중 다수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이 ‘평범한’ 노동당원 학생의 생각이니까.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