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 기업들에게 잇달아 구애를 보내고 있다. 국가 수반이 직접 대기업 총수들과 접촉하며 기업 유치 세일즈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기업의 유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을 방문한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친기업 정책을 앞세워 국내기업의 현지 인프라 확대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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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베트남정부 페이스북 |
아세안 등 동남아 국가들은 빠른 경제성장과 거대 인구 등 차세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각광 받았던 중국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다수의 기업들이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사회 발전을 목표료 해외 알짜 기업을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여러 국가의 정상들도 세일즈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재계 ‘빅2’ 삼성과 현대자동차 총수를 접촉한 동남아 국가 정상들은 추가 투자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술과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겸비한 핵심 기업의 투자를 통해 국가 발전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 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과 현대차 핵심 경영진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등도 푹 총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푹 총리와 베트남 정부는 인센티브 등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푹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 설립 등 추가 투자를 요청하면서 “한국 기업이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진행하면서 어려움과 장애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아 정 부회장과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시의 ‘델타마스 공단’ 내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다. 2030년까지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 등 총 15억5000만달러(약 1조83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나 현지 공장 투자 계획 등을 긴밀히 논의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 현대차의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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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
동남아 국가들이 정부 차원의 협력을 약속하며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각종 규제 장벽 등 해외 진출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유턴 활성화와 지원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를 살펴보면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유턴실적은 총 52건으로 연평균 10.4건에 불과하다.
유턴 실적 자체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의 만족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중 불만족하는 기업이 50.0%에 달하는데 비해 만족하는 기업은 23.0% 수준이다.
기업 환경(인력·부지·규제 등)에 대한 어려움이 46.2%로 가장 크고, 지원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이 33.0%나 된다. 결국 국내로 돌아와도 기업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근본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세·상속세율 인하 및 연구개발(R&D) 투자 공제비율 확대 등 세제개편과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규제 체제를 개혁하고 불합리한 대기업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다양한 환경, 변수 등을 감안해 투자처와 시기 등을 결정하고 있다”며 “최우선 고려 사항은 수익 확대다. 기업에 대한 파격 지원을 약속하는 국가와 지역으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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