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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베트남에 노동조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막무가내로 기업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없어요. 노조가 사측에 반기를 드는 건 국가에 대한 반역과 마찬가지거든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베트남 지사에 근무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는 베트남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설명하며 ‘아이러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실제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베트남 정부가 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다.
더군다나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도 못 만들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해내고 있으니 신선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국가가 나서서 노조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만 경제 발전을 위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는 거다.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는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최근 20년간 매년 5~6% 대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자세가 베트남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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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이 지난 8월 5일 '끝내자 재벌체제! 끝내자 노조파괴! 삼성 재벌 규탄 문화제'로 8월 하투에 막을 올린 장면. /사진=연합뉴스 |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도 최근 한국에 방문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 기지로 선택하고 있다”며 베트남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어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최근 푹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 정부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과 기업인 사이에서 이 같은 말이 오갔다면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튀어나왔을 것이다. 정부와 경제가 협력하면 ‘유착’이 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면 ‘재벌 앞잡이’가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을 옥죄는 노조들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고 있다. 온갖 폭압을 일삼아도 처벌은커녕 칭송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을 ‘약자’라 칭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사측을 세상에 없는 악마인 양 매도하는 그들을 볼 때면 측은함이 앞선다.
약자라서 측은한 것이 아니라, 뻔히 보이는 시커먼 속내를 뒤로 하고 약자인 양 살아가야 하는 그 행태가 불쌍하다는 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제도로 있는 일자리마저 빼앗긴 진짜 약자들의 아픔을 안다면 그렇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조가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에 누가 투자를 하고 싶겠는가. 기업 소중한 줄 모르는 정부,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길 줄 아는 노조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발전은 요원하다. 이렇게 가다간 베트남이 우리를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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