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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응 경총 전무 |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현대차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한 것이 거센 후폭풍을 가져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 일부는 현대차가 고법에 항소하거나 직접 고용을 미룬다면 국정감사에서 정몽구 회장 등 최고경영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민련 국회 환노위 은수미, 장하나, 한정애, 이인영, 우원식 의원등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1,179명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전체를 현대차 정규직원으로 인정해주는 정당한 판결”이라며 “사내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과 이번 사내협력업체근로자의 법적 지위 소송 외에도 야당 등 정치권의 친노동자적 행보로 인해 삼중고를 겪게 됐다. 미국 일본 독일업체와 치열한 글로벌전쟁을 벌이는 현대차로선 또 하나의 버거운 짐이 씌워졌다. 정치권이 기업으로 하여금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승전보를 올리도록 도와주기는커녕, 심각한 부담만 씌워주는 압력기관이 되고 있다.
정치권이 현대차에 가하는 정치적 압박은 일본 미국등과 상반된다. 도요타, GM 등 해외 글로벌 완성차 경쟁업체들은 노사와 정치권이 혼연일체가 돼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투자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최종적으로 종결된 것이 아닌 만큼 정치권이 판결이행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노동계도 이를 빌미로 강경투쟁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에서 비롯되는 최소한의 지휘감독권마저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 2차 협력업체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수용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 있다. 사용자가 이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고법 등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사법제도상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민간기업의 분쟁은 물론 심지어 항소 여부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새로운 노사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업계는 외부 노동력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독일 BMW의 라이프치히 공장은 외부노동력 활용비중이 50%를 넘는다. 독일 자동차업계는 사내도급계약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노사협의로 사내도급회사를 설립한 후 이에 기반한 생산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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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민련 국회 환노위 은수미, 장하나, 한정애, 이인영, 우원식 의원등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1,179명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전체를 현대차 정규직원으로 인정해주는 정당한 판결”이라며 “사내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정애, 은수미, 이인영, 장하나 의원. |
그런데 대한민국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도급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업무협조및 지시마저도 파견계약상의 노무지휘로 간주하였다. 불법파견이라고 본 물류업무도 독일과는 판이하다. 독일기업들은 물류업무에 대해 우리나라의 청소업무처럼 일상적으로 용역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도 이번 판결은 산업현장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내도급이 금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파견이라는 식의 여론몰이이 형성돼선 곤란하다. 적법한 사내도급은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 역기능은 보완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졸면 도태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사내도급 활용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은 물론 우리 국가경쟁력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처럼 노동경직성이 세계최고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가 지난해 발표한 부문별 세계경쟁력지수(GCI)를 보면 노동시장효율성 부문에서 세계 78위로 낙후됐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가가운데서도 노동경쟁력은 꼴찌수준이다. 노동시장이 극도로 경직된 상황에서 사내도급은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정유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불황시에 인건비부담을 줄여주는 대안 역할을 해왔다.
사내도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규제는 이미 상당부분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노동시장에서 기업 경영에 추가적 부담을 초래한다. 이 경우 글로벌시장에서의 기업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기업은 국내투자를 축소하고 생산기반의 해외이전을 계획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경제와 일자리창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새민련 등 정치권이 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법 테두리 내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비정규직 4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노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계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위해 정치권에 기대고, 정치권이 노동문제 청부 해결사를 자처하는 일이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합리적이고 안정된 노사관계의 백년대계를 만들 수 있다. 정치권은 나설수록 국내 일자리만 줄어들 뿐이다. 제조업의 유턴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조업의 탈출을 부추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