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한경연·중견련 등 5단체, 시행령 개정 통한 기업 경영 간섭에 우려 표명
정부 상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기업 경영 자율성 침해·상위법과 배치
배당 결정·사외이사 요건 강화 등 경영의 본질적 사항, 상위법에서 다뤄야
기업 경영권 상시 위협…투자·고용 자금, 경영권 방어로 소진될 우려
   
▲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육태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이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홀 토파즈룸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에서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시행령을 통한 정부의 실질적 경영 개입 정책이 계속되자 5개 경제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12월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연구원·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정책세미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를 공동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시행령으로 개정하는 것은 헌법 체계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여러 경제단체가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만큼 건설적인 대안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제 발표자인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상법 시행령의 개정안들은 모두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행령들은 3권 분립의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국가 법체계를 뒤흔드는 발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는 우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법체계상 문제점을 꼬집었다.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의 위임 범위를 위반해 하위법인 시행령이 오히려 더 강하게 경영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배당 정책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보편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 정관을 개정하는 경우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서 제외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배당 정책 활동은 미국·일본 모두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보고 있다.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라는 표현은 너무 광범위해 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상법시행령이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금융회사에게 적용된 내용을 경영 자율성이 핵심인 상장회사들에게 과잉 적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주총 소집 통지서에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라고 한 것도 시행령이 목표한 주총일 분산 효과는 없고, 안 그래도 촉박한 주총 준비 시간만 단축시켜 기업에 혼란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학계뿐만 아니라 시행령 개정안으로 더해진 기업들의 여러 고충들이 정부 당국에 전달되도록 구성됐다.

육태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이 이사해임청구권 등을 단독권이 아닌 소수주주권으로 한 취지는 권리남용 위험에서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권리남용을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까지 보고의무를 완화해 주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 확보라는 5% 룰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불필요한 규제 남발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쓸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낭비하게 만든다"며 "제도적 환경이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투자 의지도 꺾어 결국 국내에 만들어질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기업경영 개입을 줄이는 동시에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최성현 상장사협 정책본부장은 "상법시행령 개정안은 하위법임에도 불구하고 상위법인 상법 배당제도와 맞지 않고, 자본시장법 등 법률이 보장한 사업보고서 제출기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해 부실감사의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며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규제로,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란 있을 수 없다"며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설정한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기업에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외국과 달리 포이즌 필·차등의결권·황금주 등 적대적 M&A 방어책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경영권을 보호하고, 악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