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평불량 제도 개혁안 ‘합의 안된 것’

“KBS 노조가 머리에 총 맞았습니까”

근무평가 불량점수 제도 강화에 KBS 노조가 합의했냐는 질문에 총알처럼 튀어나온 KBS 노조 관계자의 답변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전초전으로 조직개편 대개혁을 7일 선언했다. 조직개편 효력발생은 11일로 예상된다. 조직개편 중 주요핵심은 4년 내 1100명 감축, 게이트 키핑 강화, 근평불량 평가제도 강화 등이다. 이 중 3번째 조항이 노사간 전혀 합의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파문이 예상된다.

현재 KBS는 3진 아웃제의 인사평가제도를 두고 있다. 1년에 2번 실시하는 근무평가 점수에서 상대평가로 하위 5%에 속할 경우 근평불량이 되고, 1년에 2번 연속 근평불량이 될 경우에 한해, 근평불량자로 등록된다.

이러한 근평불량자는 다음에 실시하는 근무평가에서 또 하위 5%에 해당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직권 면직가능하다. 5%에 해당하지 않으면, 근평불량자 등록은 무의미해진다.

반면, KBS는 7일 근평 불량 제도 개혁안에서 “5년 내 3회 이상 근평 불량자는 면직할 수 있도록 퇴출 구조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퇴출구조가 보다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기존 근평 불량제도는 연속 3번 받아야만 직권 면직되기 때문에 3진 아웃제로 불리지만, 새로운 개혁안은 5년동안 실시하는 10번의 근무평가에서 3번만 받게 되어도 면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희구 KBS 경영개혁단 단장은 “명예퇴직, 임금 피크제, 의무안식년제 등과 아울러 근평 불량제도 역시 함께 논의됐고, 지난 노사간 합의에서 거의 확정단계까지 갔었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확정된 사안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KBS에 있는 두 노조 중 KBS 노동조합 관계자는 “근평 불량제도 강화는 노사간 합의사항에서 논의조차 없었던 내용이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어 그는 “노사간 협의를 넘어서 합의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논의조차 없었고, 단지 사측이 보스턴 컨설팅에 의뢰한 자료를 바탕으로 홍보성 쇼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조 관계자는 “게이트 키핑이 강화되고, 근평불량제도가 강화되어서, 퇴출구조가 용이해진다면, 언론의 사명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서 일해보겠다는 직원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언론의 독립성을 위해서 2번 정도 게이트 키핑 대상이 되면, 근평불량에 걸리게 될 것이고, 결국 면직이 안되려면, 제도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