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망신 자초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외부세력의 문제

   
▲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를 놓고 세상이 시끄러운 가운데 정작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각자 밥그릇 챙기기로 소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8월 필자는 (재)굿소사이어티 ‘자유토론방’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억울한 죽음과 의로운 죽음”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1. 안전불감증과 감독기관의 직무유기로 야기된 대형 사고들
1994년 10월 21일 아침 출근시간에 성수대교가 붕괴돼 학생들과 출근길 시민 등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사고가 발생했다. 6개월 뒤에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공사장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나 학생 42명을 포함해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했다. 이어서 2개월 뒤에는 서울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의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무허가 공사, 불법 구조변경, 공무원 비리 등 안전불감증과 불법행위가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금년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나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원인도 똑같다. 희생자들이 수학여행 길의 어린 학생들이란 점에서 세월호 사고는 44년 전 경서중학교 수학여행 버스 사고와 다름이 없다.

2.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들
사고나 테러사건 희생자들의 죽음은 모두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다. 그러나 유독 세월호 사고 이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따지자면 세월호 사고보다는 공공시설인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과거 사고 때와는 달리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전국서명운동과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국회의원들과 유족들까지 나서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런 논란의 원인 중심에는 언론의 무지와 무책임한 보도경쟁, 박 대통령의 지나친 감성 리더십, 좌익시민단체들과 전문 시위꾼들의 선동이 있다. 세월호 선실이 완전히 물속에 잠긴 이후에도 무지한 기자들과 자칭 전문가라는 방송 패널리스트들이 ““에어포켓(air pocket)”” 운운하며 가망성 없는 생존의 기대만 키운 탓에 사고의 모든 책임이 침몰된 선실 속의 승객을 구해내지 못한 구조대와 관계기관에 전가된 결과가 되었다.

3. 억울한 죽음이 모두 의로운 죽음은 아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관련 국가재정을 축낼 온갖 주장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팽목항과 섬들을 연결하는 해상대교를 건설하고 팽목항에 추모도시를 짓고 유가족 주거/휴양 시설을 설치하는 등 가칭 '세월호 메모리얼 포트 시티(memorial port city) 건축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에게 평생 팽목항에서 울며 살라는 얘기인가? 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언론이나 교수를 위시한 각 분야 전문가집단들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소리들을 쏟아내서야 되겠는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이나 의사자(義死者) 지정 주장 등은 야당이나 좌파시민단체들이 정부와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외쳐댈 수도 있겠지만,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투쟁까지 해가며 이 문제를 적극 들고나선다면 결국 국민의 마음까지 잃을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억울한 죽음이라고 해서 모두 의로운 죽음은 아니다.

4. 나라를 위해 몸바친 의로운 죽음에 대한 예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국회에서 파격적 유족지원 혜택 등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하려면, 우선 의로운 일에 스스로 나서서 목숨을 던진 진정한 의사자들, 테러로 억울하게 숨진 수많은 국민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부상 당한 수많은 참전용사들이나 국가유공자들의 죽음보다 세월호 사고자의 죽음이 더 억울하거나 의롭다는 논리가 성립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세월호 유족들이 일부 시민단체, 종교단체, 전문 시위꾼 등에 휘둘려 국회와 야당을 찾아가서 특별법제정촉구 시위를 벌여서야 되겠는가? 국회, 시민단체, 유가족 모두 특별법제정서명운동에 참여한 350여 만 명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과 정부, 여당을 상대로 논리에 맞지 않는 힘겨루기를 이제는 끝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

5. 세월호 유족들이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 어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과연 남은 실종자 시신을 찾아낼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얼마나 더 오랜 시간 바닷속을 헤맬 것인지 등에 대한 냉정하고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아닐까?

우리나라에는 사망의 확증(시신 확인 등)은 없지만 사망한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그 조사를 집행한 관공서의 사망보고에 의하여 사망을 인정하는 ‘인정사망(認定死亡)’ 제도가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 중 30명과 대구 지하철화재사고 희생자 중 1명이 인정사망 결정을 받았다. 이런 절차를 통해서 망자의 원혼을 위로하는 의례(儀禮)를 치르고 유족들이 하루속히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6. 양심과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
우리나라 주요 국가현안마다 대통령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언론과 국회 같은 권력집단, 교수를 위시한 각 분야 전문가집단, 좌파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종교집단과 전문 시위꾼들이 나서서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요즘은 종편 프로그램들에 단골손님으로 출연하면서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는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나 인기인들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세월호특별법 관련 여야합의를 파기한 야당이 이제는 여당이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경제나 민생법안 등 다른 법안들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 나라가 정부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국민 혈세를 퍼 쓰면서 제 앞가림과 당리당략에만 혈안인 국회나 전문가의 권위로 포장된 무분별한 주장들을 쏟아내는 전문가집단들의 놀이마당인가? 인간은 올바른 양심(良心, conscience)과 양식(良識, good sense, bon sens)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층과 전문가집단은 더더욱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나라의 권력집단과 전문가집단들이 정직하고 공정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 세월호 사고가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의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민생은 외면받고 온통 정쟁으로 나라 안팍의 망신을 사고 있다.
이상과 같은 요지의 글에 아래와 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지금 대한민국의 최강 정치권력은 세월호 유가족이다. 구체적으로는 단원고 유가족이다. 그 순진하고 힘센 집단에 종북 세력이 기생하려고 혈안이다. 그걸 분리하지 못하면 오래도록 시끄러울 것이다. 희생자들이 안타깝지만 지금 돌아가는 꼬라지는 넌더리가 난다. 실종자 찾는 것도 어느 시점엔가는 중지하고 상황을 끝내야 한다. 특수부대원과 민간 잠수사들은 생명이 몇 개씩 되는가? 이걸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여론뿐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생각들을 보수골통의 교만 또는 억지라고 몰아붙이는 반론도 물론 있겠지만, 위의 댓글이 요즘 우리 국민 태반의 솔직한 심정 아닐까?

사마천(司馬遷)이 저술한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나오는 인물 중 위(衛)나라의 유명한 자객 형가(荊軻)라는 사람이 있다. 출중한 자객이자 애주가였던 형가는 문무(文武)에 능하고 정치에 관심이 많아 청운을 품고 연(燕)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떠돌며 현인과 호걸들을 사귀었다. 형가는 축(茿 비파와 비슷한 현악기)의 명수이자 자객인 고점리(高漸離)와 절친한 사이가 되어 고점리는 축을 켜고 형가는 춤을 추면서 술판을 벌이며 고성방가를 일삼았다.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려던 전국시대 말기 연(燕)나라 태자 단(丹)은 후에 진시황(秦始皇)이 된 진왕(秦王) 정(政)을 처치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에 형가를 만나게 되었다. 형가는 태자 단(丹)의 부탁으로 진시황제를 암살하려다 실패하여 진시황제에게 처결 당했고, 고점리 또한 진시황제를 암살하려다 죽임을 당했다. 당시 이들의 모습이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傍若無人) 보였다’하여 ‘방약무인(傍若無人)’이란 말이 생겨났고, 요즘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무례하거나 멋대로 날뛰는 방자함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세상을 흔들던 자들의 ‘방약무인’의 말로는 죽음이었다.

헌법 위에 떼법이 판치는 이 사회가 세월호 사고 이후 ‘방약무인(傍若無人) 신드롬’으로 갈팡질팡 이다. 지난 9월 17일 자정 무렵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세월호희생자 가족대책위 위원장등이 야당여성의원과 술자리를 가진 후 대리기사와 행인 2명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상에서 30분 이상 기다리던 대리운전기사가 “지금 출발하지 않으려면 다른 기사를 부르십시오. 나는 가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위원장 등이 이 여성을 가리키며 “이분이 누구신 줄 아느냐. 국회의원이시다. 국회의원에 대한 태도가 돼 먹지 않았다”며 집단폭행을 가한 것이다.

뉴스를 통해 이런 모습을 본 한 재미교포 언론인은 “한국 사회에 되살아난 상왕(上王)(세월호 유족을 지칭)의 존재”라는 글에서 “’감히 이 자리가 어디라고 눈을 바로 뜨고 나라님을 바로 보느냐’고 호통을 치며 포졸들이 힘없는 민초를 꿇어앉히고 매질을 하는 모습 그대로였던 모양입니다.”라며 통분했다. 폭행 현장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주위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 중이다. 그만하시라.”고 말하자 대리기사의 목을 잡았던 노란 리본의 남성은 “신고? 내가 누군지 알아?(세월호 유족!)”라고 응수하며 대리기사를 발로 걷어차며 폭행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전 1시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싸움을 말리던 사람들과 대리기사만 경찰차에 태워 영등포경찰서로 데려갔으며 현장에 있던 여성의원은 경찰관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지구대로 가지 말고 형사계로 바로 가라”고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이 이러고도 수사권독립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망동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초선 비례대표가 이 정도면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위치인지 잘 알겠습니다. 정말 국민도 안중에 없는 대단한 위세로군요……", “기가 막힙니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찰은 예외인 것 같다”, “이런 쓰레기에 대한 한마디 말도 행동도 없는 새민연의 미래는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다.” 등등의 댓글로 표현되었다.

폭행을 주도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은 사건 직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갔다가 병원 측에서 "대학병원에는 중환자만 입원할 수 있고 다친 정도가 경미해 당장 입원시킬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유족들은 "내 소속이 어딘지 아느냐!",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준다. 레지던트 말고 의사 데려와라…… 짜증 나는 XX들"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후 안산의 모 병원으로 옮겨갔다. 이들은 경찰의 출석요구에도 불응하고 버티다 경찰이 강제수사로 전환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팔이 부러졌다며 팔에 붕대를 감고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빨 6개가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뒤늦게 경찰에 출두했다. 이들의 모습은 반성은커녕 당당하고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여성의원이나 대리기사를 폭행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장 일당들의 ‘방약무인’이 도를 넘는다.


오늘(2014. 9. 22.) 아침엔 재일교포 친구로부터 아래와 같은 문자가 왔다.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어제 밤 (일본) 뉴스에서 세월호 문제를 다루더군요. 특별한 건 없고 배 안에서 침몰하기 전 영상과 구조장면, 유가족 등...... 결론은 박대통령이 특별법을 하나도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답답한 건 그 특별법내용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나라가 엉망이라는 식으로, 아니 박대통령이 무능하다는 식으로 말을 맺으니깐 좀 답답하더라고요.”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를 보는 국내외 우리 국민이나 외신의 시선이 이럼에도 세월호특별법을 외치는 사람들의 ‘방약무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는 망동을 벌이는 일부 세월호 유족들과 이들에게 머리 조아리며 눈치 보는 야당 의원들, 마치 대단한 벼슬이라도 한 듯 오만 방자하다가 급기야 야당국회의원과 어울려 시민을 폭행까지 한 일부 유족대표들, 이들을 감싸는 일부 어설픈 언론인들, 그리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세월호특별법 농성판을 벌이고 있는 신부와 수녀들…… 이들의 ‘방약무인’이 가관이다.

이제 그만들 할 때가 됐다. 과욕의 끝은 쪽박이다. 살면서 자기 분수를 알고 맺고 끊을 때를 알아야 망신을 모면한다.

 (이 글은 굿소사이어티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