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과도한 보조금 규제의 희생양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정부부처와 업계 간 이견으로 핵심 내용인 분리공시제가 통과되지 못하자 이를 강력히 반대한 삼성전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의 핵심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시장의 해외 경쟁력 약화를 막고 경제활성화를 이끌고자 선택한 삼성전자의 소신있는 발언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 국익 방해하는 결정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올해에만 4억대 이상의 스마트폰 판매를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역시도 주력 상품인 G3 등을 앞세워 1억대 이상의 판매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 중이다.

   
▲ 삼성의 '갤럭시S5'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2분기 영업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두 기업 모두 스마트폰의 판매가 글로벌시장에서 90%이상 이뤄지며 내수는 5%에 불과해 자칫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몰고 올 수 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때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분리공시제 법안 통과에 찬성하면서 우리나라의 간판 휴대폰 제조업체를 돕지는 못할 망정 이를 방해했다는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가 공개된다면 이를 두고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이통사로부터 거센 보조금 압박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은 한국에서 지급한 보조금 규모만큼 미국에서도 동일하게 판매 장려금을 내놓으라고 압박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방통위 분리공시제, 형평성 논리 위배

분리공시제에 찬성을 외친 사람들은 보조금 투명성을 내세워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자는 게 대다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 입장에서 지켜봐도 뛰어난 실익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돼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현재처럼 제조사들이 경쟁적 보조금 지급이나 가격할인 자체가 불가능해져 결국 소비자들이 현재보다 비싸게 휴대폰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이 분리공시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의 논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서 분리공세의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애플 등 해외제조업체들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이러한 정책은 이통시장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실적, 삼성전자에 달렸다

방통위가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7조19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실적이다.

이는 갤럭시S5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의 요인으로는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샤오미 등장 이전에는 50%를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20%대 미만으로 급감했다.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업이익의 급감과 시장점유율의 하락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분리공시제의 폐혜는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이 미래부와 방통위의 과도한 보조금 규제가 화근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방통위는 분리공시제를 무리하게 강행하기에 앞서 한국경제의 실상을 헤아리고 수출 주력 기업의 발목을 잡는 어리숙한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