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손실액 15~41% 수준…평균 23%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11년을 끌어오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최종 배상책임이 30%로 결정됐다. 

기업별로 손실액은 15~41% 수준으로 평균 23%를 배상하도록 조정 결정됐다. 이에 따라 6개 은행은 약 256억원의 배상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 중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3일 오전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에 착수한 지 1년6개월만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과를 밝혔다.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기업 4곳과 이들이 가입한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이 이번 분조위 조정 대상이다. 기업별 배상 비율은 각각 15%(2곳), 20%, 41%로 평균 23%였다. 

분조위는 "판매 은행들이 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의 환 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 헤지를 권유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환율 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30%를 기준으로 당사자 간 계약 개별 사정을 가감해 최종 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배상책임 가중사유는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계약기간(만기)를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등이다. 

경감사유는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장기간 수출업무를 진행해 와 환율 변동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로 분류됐다.

분조위 결정에 따른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분조위의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야 효력을 갖는다. 

향후 금감원은 피해기업 4곳과 은행들에 분조위 조정결정 내용을 조속히 통지,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기업과 은행이 조정안을 받은 뒤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엔 조정이 성립된다.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금감원은 나머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정성웅 부원장보는 "대법원판결 이후 은행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유사 피해기업들의 구제에서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는 데 미흡했다"며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부당하게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야말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쟁조정 결정은 지난해 7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과 동시에 금감원이 키코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이후 약 1년 5개월 만으로,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1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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