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배타적 협상 시한이 이달 말까지 보름 연장됐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속 원하청 노동자의 계약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이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금호가 3세들이 어떻게 경영권을 유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항공업계와 IB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배타적 협상을 이달 넷째주까지로 연장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선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 

지난 12일 협상에선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의 가격을 3200억원대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참작한 4000억원대를 주장해왔지만 결국 HDC·미래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에 따라 HDC·미래는 인수 금액 2조5000억원 중 금호산업엔 320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조18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확충에 쓰게 된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한도는 구주 가격의 10%(약 320억원)로 무게가 쏠린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HDC·미래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며 손해배상한도를 구주 가격의 15%로 주장했다. 반면 금호는 구주 가격의 5%만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10%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보유한 용역업체 계약 문제에선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호는 HDC·미래에 아시아나항공 지원 서비스를 맡는 용역업체들에 대한 계약을 3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케이알(KR)·케이에이(KA)·케이오(KO) 등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송지원서비스 업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 용역업체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일감을 받아왔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서 원하청 근로자들의 고용이 위협받게 됐다.

노조 관계자는 "박 이사장은 매년 배당금으로 15억원을 가져가지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속해 있는 2000여명의 고용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용역 계약 3년 연장 요구는) 외주화되고 분할된 노동자들을 이용해보겠다는 심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내년부터는 매각 주도권이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만큼 연내 매각이 성사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다시 협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구주 가격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원하청 근로자 계약문제는 항공산업과 크게 관련이 없어 매각 걸림돌이 될 조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 주식매매 계약이 체결돼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그룹 계열사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금호고속관광, 충주보라매 등이 남게 된다. 

금호가 3세들의 자리 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가 모두 매각 대상이다. 박 전 회장의 장남(박세창)은 아시아나IDT에서 사장으로, 차녀(박세진)는 금호리조트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금호산업, 금호고속 등 계열사 경영을 맡기보다 그룹 경영을 총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총괄은 전략경영실이 맡고 있다. 

박 상무는 가정주부로 지내다 지난해 7월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입사해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별다른 업무 경험이 없는 만큼 다른 업무를 맡는 데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