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예고한 12월 ‘크리스마스 선물’은 말폭탄일 가능성이 높고, 북미 비핵화 협상 종료 선언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3일 ‘2019년 정세 평가와 2020년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스스로 제시한 ‘연말 시한’이 종료될 경우 북한은 새로운 길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협상 붕괴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용환 전략연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현재 북미 간 북핵 문제는 양자 이슈인 동시에 국내 이슈 성격이 강화되면서 양쪽 모두 물러설 경우 리더십에 상처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말 시한을 설정하고 ‘새로운 길’을 공언했고,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현재 북미 모두 메시지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상황”이라며 “협상이 붕괴될 경우 미국에는 북한의 핵위협이 대두되고, 북한에게는 제재가 그대로 남을 것이므로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임수호 전략연 북한연구실장은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부터 ‘어떤 상황이 와도 북한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먼저 북미 간 대화의 판을 깨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이렇게 판을 깨는 쪽에 책임소재의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대화의 판을 깨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북미 간 마지막 실무접촉의 성사를 가름할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가 북미 접촉에 성공해서 실무협상 일정을 잡는 정도의 성공을 하지 않는 한 ‘연말 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 전략연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략연은 앞으로 핵협상 및 북미관계는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면서 긴장 국면 속에 대안을 모색하거나 △북미가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 즉,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단 협상을 재개해 ‘연말 시한’을 넘긴 뒤 이행은 지연시키거나 △북미가 ‘스몰 딜’ 혹은 ‘미들 딜’로 극적 타결을 하는 세가지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북미가 극적 타결없이 ‘연말 시한’을 맞을 경우 북한은 새로운 길을 천명하고, 한미연합훈련 재개 등을 명분으로 삼아 대륙간탄도미사일(IBCM)를 발사할 우려도 있다”고 전략연은 내다봤다.
“만약 북한이 강력한 도발을 시도한다면 미국의 대통령선거 이후 새로운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겠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 전략연의 판단이다. “이럴 경우 제재 강화 여부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변수가 될 것이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선 국면에서 언제든지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미 협상이 최종 실패할 경우에 대해 최 실장은 “한미 정부가 동시에 대북 관여 입장을 보인 최초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우리가 한미관계에서 정책적 자율성을 갖고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에도 어려운 구조를 확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연은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한미연합훈련 재개 여부가 9.19 군사합의 유지의 변수가 될지 여부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공개적인 발언과 달리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수요는 존재하고, 내년도 남북관계 이슈는 관광이 될 것이다. 북한이 대규모 재정과 노력을 투입한 삼지연, 양덕온천, 원산갈마지구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관광 활성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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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봤다고 2019년 12월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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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재개 시 북 핵포기 여부는 ‘상응조치’에 달려
한편, 앞으로 답보 상태를 지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대해 전략연은 당초 북한이 핵보유한 동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용환 실장은 “그동안 핵보유하려는 국가들에게 핵을 못 갖게 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유해온 수많은 비확산 레짐이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핵능력을 제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정말 핵을 가지려고 하는 나라를 막을 수 없다. 핵을 가지려는 동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핵보유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비핵화 협상을 볼 때 북한이 해야 할 것은 분명한데 한미의 상응조치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고, 이런 것이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가 북한의 핵폐기 여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형 전략연 학술협력실장은 “앞으로 북한의 정세는 동아시아 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어느 나라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어렵다”면서 “북한도 ‘새로운 길’을 말하고 있지만, 유연성을 크게 확보하지 않으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어쩌면 북한의 새로운 길은 미국보다 중국‧러시아로부터 보상받으려는 ‘번지수 바꾸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국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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