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양성 씽크탱크 필요...진실 전달로 신뢰 회복해야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다. 단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한정석-자유주의 미디어 전략

들어가며

1. 대중적 저널리즘의 한계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미디어(media)란 '神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뜻으로 라틴어 medium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대중사회속의 개인은 '여론’이라는 정제되고 선택된 환경속에 살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여론의 속성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과 해석을 내놓은 사람은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이었다. 그는 1922년 여론 <public opinion>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진짜 세계란 너무도 거대하고 복잡하고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단번에 그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언론은 마치 깜깜한 어둠 속을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비추고 지나가는 서치라이트의 불빛과 같다. 서치라이트의 불빛에 사물들이 잠깐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듯 언론이란 이런저런 에피소드의 조각들을 엮어낼 뿐이다." <여론(Public Opinion) / 월터 리프만>

 리프만은 대중의 여론이 '합리적 무지’로 인해 공공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는 언론사조차 자신들의 시간적, 경제적 한계로 인해 공공의 문제에 앍힌 사실들을 모두 취재하지 못하며, 결국 진실이 기자의 이념과 가치관이라는 필터를 통해 왜곡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대중매체’ 즉 매스 미디어의 한계다.

리프만은 그러한 한계에 대해 “대중여론에 의한 민주주의란 과거에도 불가능했고, 현재도 불가능하며, 미래에도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말로 나타냈다. 리프만의 그러한 지적은 오늘 대한민국 여론을 지배하고 있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2. 씽크탱크형 저널리즘의 필요성

그렇다면 이러한 대중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리프만은 전문적 소양을 갖춘 씽크탱크가 저널리즘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어떤 사안과 현상에 대해 전문적 분석과 해설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프만의 주장에 따라 미국에서는 해리티지 재단을 비롯해 전문성을 갖춘 씽크탱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씽크탱크들은 언론인들이 참고할 만한 현안 분석을 내놓고 이를 정책 아이디어로 개진한다. 이러한 씽크탱크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미국은 정치권과 학계간에 '이념이 거래되는’ 정책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물론 국내에도 그러한 씽크탱크들이 활동하며 언론에 보도자료들과 정책 아이디어들을 제공하기는 한다. 하지만 대체로 국내 씽크탱크들은 국책 연구소가 중심이며, 이들의 아이디어와 정책방향은 정부와 정치권의 입맛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관료집단들의 정책에 대한 변호인으로서 정책 정당성 부여에 동원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씽크탱크의 저널리즘활동은 신문이나 방송의 코멘테이터의 역할을 넘어 스스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유튜브등의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고 컨텐츠와 메시지를 유통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씽크탱크 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기술적, 형식적인 연구들과 제작의 노하우 개발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한 이유는 씽크탱크 미디어 컨텐츠가 고도로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할수록, 이를 대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형식과 기법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3. 주장과 드러냄의 사이- Something new, Something special

씽크탱크들의 미디어형 컨텐츠는 기존의 사설과 논설이라는 텍스트중심에서 비쥬얼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띤다. 문제는 비쥬얼화 되는 데이터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스토리텔링과 인간화(Humanization)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디어 컨텐츠, 특히 비쥬얼 컨텐츠의 핵심은 영상 그 자체가 아니며 이야기와 구성, 그리고 메시지에 있다. 한마디로 정보와 지식을 넘어서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주장이 아니라 '진실의 드러냄’으로부터 얻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러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신화적 속성을 띠고 있다. 우리가 '내러티브’라고 부르는 이야기에는 이야기로서 성립하는 플롯과 팩트들이 존재한다. 데이터는 그러한 팩트들을 지지하는 '신뢰’이지만, 그러한 신뢰는 오로지 '맥락’을 통해서만 '진실’이라는 효과를 얻는다.


인간은 진실에 눈을 뜰 때 재미와 감동을 체험하게 된다. 미디어는 그런 도구다. 따라서 씽크탱크 미디어 컨텐츠가 유념해야 할 것도 그러한 재미와 감동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무엇을 말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 역시 중요하다. 동일한 이야기에 '무언가 새로운 것, 그리고 무언가 참신한 것’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미디어 컨텐츠의 성공조건이다.

4. 대중미디어의 이념적 지형과 현실

 씽크탱크 미디어 컨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잠시 우리 대중 미디어의 이념적 지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디어, 특히 신문이 아닌 방송 미디어의 경우, 메이저 언론들은 대개 좌편향적 언론노조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한국의 미디어, 특히 방송 미디어의 경우, 메이저 언론들은 대개 좌편향적 언론노조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90년 초반 등장한 방송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중핵이 되고, 이로부터 KBS, MBC의 양대 공영방송사의 제작과 편성, 보도는 다름 아닌 이 언론노조의 영향력 하에 들어갔다.
90년 초반 등장한 방송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중핵이 되고, 이로부터 KBS, MBC의 양대 공영방송사의 제작과 편성, 보도는 다름 아닌 이 언론노조의 영향력 하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로부터 외부와 연결되는 작가, 외주 프러덕션 역시 그러한 좌편향 이념의 자장안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영향력있는 미디어로부터 자유주의와 같은 길항적 이념의 씽크탱크들의 아이디어와 목소리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유주의 그룹에서 공중파 미디어의 수준에 달하는 컨텐츠를 제작하려해도, 그러한 인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데, 컨텐츠 수용자들은 컨텐츠의 퀄리티를 메시지의 퀄리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아마추어리즘의 씽크탱크 컨텐츠로서는 일반 대중의 주목과 여론을 잡기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을 지원한 역사 동영상 '100년전쟁’은 그 내용의 부정확함과 왜곡에도 불구하고 제작기법과 퀄리티가 고급 다큐멘터리의 수준에 달했기에 더 신뢰감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백년전쟁을 비판하기 위해 카운터기법으로 제작된 우파 진영의 반박 동영상은 백년전쟁과 비슷한 편당 제작비를 사용하고도 완성도에서 크게 떨어져 대중적 호응을 일으키는데는 안타깝게도 역부족이었다.

5.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주의 미디어 생태계 구축

자유주의 그룹의 이러한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하는 한 방안으로서, 자유주의 미디어 그룹의 구축과 운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크게 4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1) 자유주의 컨텐츠 프로덕션

자유주의 그룹에게는 아마추어리즘의 제작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컨텐츠를 제작할 전문집단이 필요하다. 이 프로덕션에서는 자유주의 철학과 세계관을 담은 역사, 문화, 경제 다큐멘터리들과 심층탐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이렇게 제작된 컨텐츠들은 '원소스,멀티유즈’라는 방식을 통해 방송사와 인터넷, 교육 시청각자료로서 서큘레이션되며 이로부터 제작비를 회수하는 시장적 구조를 갖춘다.

예를 들어 2017년에 20년이 되는 IMF사태를 자유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다큐멘터리도 가능하다. 그러한 기획을 통해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은 왜 IMF정책에 반대했으며,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을 대중들이 어떻게 오해하게 됐는가를 드러낼 수 있다.

(2) 자유주의 미디어 교육원

자유주의 미디어 교육원은 자유주의 컨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는 기관이다. 기존 메이저 방송사들의 제작인력이 좌편향적 이념으로 세계관이 확립되어 있기에 그들을 계도시키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자유와 개인이라는 진정한 인문학적 소양과 제작기법을 전수하는 자유주의 미디어 교육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선 자유주의 미디어 교육원을 통해 구성 작가들을 배출하고 그러한 작가들이 자유주의 프로덕션을 비롯해 자유주의 유관기관에서 컨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구축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유주의 미디어 컨텐츠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로부터 자유주의 소양의 PD와 기자들도 훈련시켜야 한다. 이들이 당장은 좌편향 이념의 메이저 방송사에서 활동하기는 어렵기에, 이들의 커리어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제작환경의 생태계가 필요하게 된다. 기업들의 홍보물과 사내방송은 좋은 생태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3) 자유주의 방송채널

자유주의 프로덕션과 미디어 교육원은 궁극적으로 자유주의 전문 컨텐츠를 방송하는 채널로 이어져야 한다. 자유주의는 정치적 이념이 아니며 하나의 세계관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이념의 방송은 보편적 세계와 일상적 세계에 관한 것이며, 이는 좌편향 메이저 방송사들에 대한 카운터 리더십으로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방송채널을 통해 비경제 전문가들의 왜곡된 정책과 특정이념에 편향된 사회적 이슈들을 시청자들에게 올바로 전달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그 자체가 이러한 자유주의 방송채널의 장점이자 시청률의 수익원이 된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방송채널을 통해 자유주의 프로덕션과 자유주의 미디어 교육원의 인력이 결합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자유주의 그룹의 확대 재생산을 의미한다.

(4) 자유주의 미디어 펀드

자유주의 미디어 펀드는 위 세 미디어 기관들을 탄생시키는 자궁의 역할이자, 동시에 혈액을 공급하는 지원그룹이다. 자유주의 컨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펀딩은 두 가지로, 하나는 운동성을 띤 모금과 다른 하나는 수익환원의 메커니즘을 가진 펀딩으로 구별될 수 있다.

물론 초기부터 성공적인 펀딩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파일럿 컨텐츠의 제작비 조달로부터 호응을 얻어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펀딩의 참여는 자유주의 가치를 지지하는 일반 시민과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필요하다면 해외 자유주의 운동그룹과 그들과 제휴된 기금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맺음말

자유주의는 번영의 이념이다. 그러한 자유주의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사회주의와 맞서, 투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유주의는 이제 그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한 상황이며, 그렇기에 자유주의는 대한민국에서 번영과 자유, 문화와 인권을 보장하는 궁극의 이념으로 발전할 여지는 매우 높다고 하겠다.

다만 그러한 결과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유주의자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그러한 노력은 지식인들과 대중을 상대로 한 효과적인 계몽운동으로서만 가능하다.

계몽의 수단으로 미디어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라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들은 미디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자유주의 미디어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한국 자유주의 운동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도 자각해야 한다.

미디어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다. 그렇기에 미디어는 한 사회에 '의제설정’(Agenda setting)이라는 제의적 기능을 갖는다. 세월호와 그 이전의 광우병사태는 미디어가 만든 '의제’였다.

미디어가 이어주는 신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는 문제는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우리는 자유주의라는 세계관과 대중들을 이어주는데 있어 이 미디어의 필수불가결성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며, 깨닫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할 뿐이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