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최첨단 VR 품평장 구축
디자인·설계 등 과정에 접목…고객 니즈 대응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18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 연구원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버추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3월 1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함으로써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고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 작동이 가능하다.

VR 디자인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평가자가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디자인 평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차량의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마음대로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사용성(UX)이나 시공간별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해 고객의 눈높이에서 최적의 모델을 도출하게 된다.

최첨단 VR 시설 도입으로 현대·기아차는 선행 디자인 모델을 일일이 실물로 제작하는 자원 소모를 줄이고, 창의력이 발휘된 다양한 VR 디자인을 풍부하게 만든 뒤 최적화 과정을 거쳐 고객들에게 가장 가치가 높은 디자인의 차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산차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재질, 색상 등을 실제로 구현한 모델을 일일이 제작하던 과정도 대부분 생략해 차량 제작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부터 해당 VR디자인 품평장을 시범 운용했다. 앞으로 개발하는 모든 신차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유럽디자인센터, 미국디자인센터, 중국디자인센터, 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전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디자인 품평 외에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점차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AR(Augmented Reality) 기술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그동안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 연구원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신규 구축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 간의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 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고속도로, 경사로, 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통한 안전성 △도어, 트렁크, 후드, 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 △운전석의 공간감 및 시야 확인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 등의 가상 검증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차 설계부문은 추후 생산·조립 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 조립성을 검증함으로써 보다 인체공학적이고 효율적인 조립 라인 및 작업 환경을 설계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도입,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R&D 혁신이 가능하게 됐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