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모두 정상적인 채용과정 거쳐…사회적 책임 다하겠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8일 검찰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62)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손주철) 심리로 이날 열린 조용병 회장 결심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은행은 예금자 보호와 건전한 신용질서를 보호해 금융시장의 질서를 확립하는 공적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므로 국내 제1금융기관인 신한은행의 채용재량권 범위가 무한정 허용된다고 볼수 없다"면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외부청탁을 받아 전형별 합격 여부를 보고하게 해서 일부 신입직원들을 부정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회장 측은 신한은행은 사기업이므로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폭 넓은 채용자율성을 보장받는 것이 맞고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회의 균등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며 "최근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채용 공정성은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검찰은 "직원 채용비리는 우리가 지향해야할 건강한 사회를 가로막는 반칙 불공정 자체"라면서 윤모 부행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00만원, 인사담당자인 김모씨에게는 징역 10월, 신한은행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법정 최후진술에서 조 회장 측 변호인은 "무슨 이유에서든 은행장인 피고인이 자신에게 들어온 외부부탁을 자신의 선에서 막지 않고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불공정채용의 단초를 제공한 행동에 대해서는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고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임이 확정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신한금융 제공
변호인은 "이는 적어도 사기업체에서는 어느정도 용인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일종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이러한 행위를 형사벌로 단죄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재판부가 심사숙고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판사님과 검사님,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한 마음"이라며 "과거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한 저 자신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불합격점수를 합격으로 바꾼 적은 없다"며 "공소사실에 기재된 지원자들은 모두 정상적인 채용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재판과정에서 얻은 반성과 교훈을 뼛속깊이 새기고 우리 사회가 신한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과 요구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 선고기일은 내년 1월22일 오전10시에 열린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이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은 것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연임이 확정된 조 회장 혐의와 관련해 신한금융 지배구조내부규범에는 확정판결 기준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확정판결까지 조 회장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