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도 국내 제조업의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노동 유연성 확보가 기업 경쟁력 확보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의 ‘2020년 산업경기의 10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에 상당수 주력 제조업들은 경기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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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공장의 제조라인 모습 /사진=미디어펜DB |
내년에는 정보기술(IT)·기계·조선 산업이 회복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유화·철강·건설 산업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황과 환경규제 강화, 국내 민간소비 부진 등 겹악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과 유화는 중국 시장의 부진,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인한 업황 악화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내년에 예상되는 국내외 거시적 경제 상황과 각 업종의 시장수요 변화 추이에 따라 결과 달라 질 수 있겠다”면서도 “일부 자동차 기업과 건설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산업 내에서는 메이저 완성차 업체 보다 최근 실적이 악화된 마이너 완성차 기업 및 부품 생산 업체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의 경우 건축 사업 분야의 비중이 큰 기업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에 대부분 산업이 단기·중장기 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내년 산업계 화두는 ‘리스크 관리’다.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 여부가 산업과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하는 가운데 노동 유연성이 기업 미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직된 노동 구조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한·미·일·영 주요 4개국의 노사관계지표를 분석한 결과 10년 평균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는 한국 4만2327일, 영국 2만3360일, 미국 6036일, 일본 245일로 나타났다. 한국 노동손실일수는 영국의 1.8배, 미국의 7배, 일본의 172.4배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노사협력 수준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한국은 평균 123위로 나타나 미국(30위), 일본(7위), 영국(24위)과는 차이가 컸다. WEF가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항목에 대한 올해 평가에서도 한국은 97위로 미국(3위), 일본(11위), 영국(14위)에 크게 뒤지고 있다.
한국의 노사협력과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평가가 낮은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노사 간 대등한 협의가 이루어지기 힘든 제도적 환경을 지목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사업장내 쟁의행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사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사협력 수준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노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등 노사가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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