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찬바람이 불면서 굳게 닫힌 제2롯데월드몰 오픈을 기다리는 입점업체 업주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하고 있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몰 쇼핑몰동에 입점할 예정인 전주비빔밥 전문 F&D 업체 한국집 성명용 대표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성 대표는 2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주방 집기 등 지난 3월부터 모두 완비된 상태에서 서울시의 개장 승인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오픈 지연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지출이 꾸준히 발생해 영업도 하기 전에 너무 큰 손실을 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60여 년간 전주비빔밥 단 하나의 음식을 판매하며 나름의 인지도를 얻은 한국집. 이를 운영하고 있는 성 대표는 롯데월드몰 5층 식당가에 입점하기로 마음먹은 때를 회상했다.

그러나 전주에서 장사를 하다가 풍운의 꿈을 안고 올라온 서 대표는 서울에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차일피일 미뤄진 오픈 지연에 매출을 한 푼도 일으키지 못해 은행의 이자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엄격한 안전기준 맞춰 매장 준비…남은 것은 힘겨움 뿐

롯데월드몰은 롯데그룹이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의 상업시설로 2016년 준공 예정인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는 별개 건물로, 올해 5월 개정 예정이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도록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가 안전 및 교통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지난 7월 교통·안전대책을 보완하라며 개장 승인을 보류했다. 이에 롯데는 8월 보완 결과를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며 결정을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집의 손실은 점차 커졌다. 롯데월드몰의 경우 방염설치 등 소방안전설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인테리어 업체조차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집은 소방검열관계로 인테리어를 3번 교체했다. 엄격한 기준에 맞춰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가게의 콘셉트가 변해 전면 인테리어를 바꾼 업체도 있었다.

안전 문제에 관해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업체들은 보통 인테리어 비용의 1.5배 이상 들어 부담이 커졌다.

성 대표는 “6억 정도 투자해서 소득 없이 매달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은행에서 이자 나가는 부분도 문제지만 사람을 잃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먼저 공사가 끝나면 잔금을 처리해야 하는데 매출이 없는 현 상황에선 힘들게 돼 장기간 가깝게 지내던 업체 지인들과 껄끄러워 지는 관계가 돼 버렸다.

또 한국집은 롯데월드몰점에서 일할 13명의 직원들을 고용해 전주 본점에서 2~3주 정도 주방교육을 받으며 오픈날짜를 기다렸지만 소식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 제2롯데월드몰 쇼핑몰동 5층에 입점한 '한국집' 내부 사진

직원들은 기다림에 지쳐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현재 모두 그만두게 됐다. 무노동에 급여를 줘야 하는 업주 입장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성 대표는 서울시가 개장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만약 건축 허가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거기에 맞는 건물이 올라가서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없을 것”이라며 “안전시스템 등을 심각하게 체크업 하며 승인을 내린 건물이 과연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큰 업체들은 개장 지연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소상인들은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또 잠실의 랜드마크가 될 확신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수 천명의 예비 근로자들이 빨리 오픈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달 안에 롯데월드몰 개장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