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희망도서, 진짜 희망이 되려면!
-들어가며
제아무리 희망도서를 도서관에 넣어도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중고등학교에 희망도서를 도서관에 넣고 그 책을 읽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도서관에 어떤 책이 들어가든, 학생들은 읽지 않는다.
중고등학교에 국한하여 얘기를 한다면 요즘 학생들은 도서관에 어떤 책이 들어오든 신경쓰지 않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시험에 나오지 않는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후 서너 시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6시부터 시작하는 학원에 가기 때문에 전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거나 책을 빌려가는 학생이 거의 없어 도서 구입에 배정되는 돈을 어쩔 수 없이 다른 데 사용하는 학교도 있다. 예전에는 인기 있는 책의 경우 몇십 권을 주문했으나, 이제는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10권을 사는 경우도 드문 상황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책은 야한 그림이 있는 것, 인터넷에서 인기 있었던 연재물 정도이다.
|
|
|
▲ 이근미 작가는 중고교학생들이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험점수와 상관이 있거나, 상이 걸려야 겨우 읽는다고 한다. 논술이 중시될 땐 어린이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책읽는 대한민국이 되기위해선 대학입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근미씨(왼쪽)가 자유경제원이 최근 개최한 콘텐츠의 전달및 홍보활성화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점수와 상관있거나, 상이 걸려 있을 때만 책을 읽는다
독서하지 않는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는 시험과 관련이 있거나, 독후감 대회 등 상이 걸려있을 때이다. 최근 인천의 모 중학교에 가서 강연을 했는데 내 소설 『17세』가 교육청 추천도서에 선정되었고, 선정도서로 독후감대회를 열기 때문에 초청했다고 한다. 그럴 때만 학생들이 책에 약간의 관심을 갖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작년 용인외국어고등학교 입시문제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과 관련된 인상 깊은 책 제목을 쓰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포괄적으로 독서를 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문제여서 앞으로 외고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책을 읽을 것이라는 기대의 소리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어차피 상위 5% 이내에 드는 학생들은 독서를 하기 때문에 독서풍토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견해도 있었다.
-도서관에 양질의 책을 보급하고, 그 책을 읽게 하려면?
*책을 선정하는 사서들을 위한 ‘책 리플렛’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추천도서 제도’ 신설.
*독서대회 개최
*권위있는 상 개설
-대학입시제도가 독서 풍토를 바꾼다!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 하에서는 결코 독서풍토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입시에서 논술이 중요했을 때 어린이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해야 논술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부모들의 발 빠른 판단에서 였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몇 년 전 주요대학에서 논술시험을 없애면서 어린이책 시장이 위축되었다.
영어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수학도 절대평가로 바꾸면 책 읽기 붐이 일 거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과도하게 영어와 수학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독서가 변별력의 기준이 되는 것이 ‘독서 대한민국’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희망도서를 읽는 대한민국
현재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희망도서를 도서관에 넣어도 학생들은 읽지 않는다. 결국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당근(각종 대회, 권위있는 상)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입시 제도를 바꾸어서 책 읽는 대한민국을 조성해야 한다. /이근미 소설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29일 개최한 <도서관 희망도서, 진짜 희망이 되려면>정책토론회에서 이근미 작가가 발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