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부문이 실적 견인…부동산PF 규제가 내년 '변수'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대외적 불확실성과 국내 저금리‧불경기 기조에 별다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한 해였다. 수익구조 다변화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내년부터 펼쳐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미디어펜은 올해 증권가 이슈와 내년 전망을 4부작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위기 속 실적 선방…"규제가 리스크“
②객장에서 손바닥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③점포 숫자 줄고, 크기는 늘고…복합점포 확산
④초대형IB 군웅할거…몸집 불린 증권사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박스권 장세를 나타나며 횡보했지만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인 기업금융(IB)을 ‘대세’로 굳혀가며 기록적인 성장세를 지속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지만, 연말 들어 당국이 예상외로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내년도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홍콩 시위 등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었음을 감안할 때 인상적인 성과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우선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6664억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 5397억원에 비해 23.5%나 늘어났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 연말 기준 영업이익인 6445억원을 이미 능가한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5753억원을 나타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넘게 성장했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4878억원에서 5070억원으로 3.9%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SNK, 현대오토에버, 에이에프더블유 등 9건의 빅딜을 맡으며 기업공개(IPO) 주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성장배경에는 IB 부문의 성장세가 있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IB 부문이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3분기 미래에셋대우의 IB 부문 영업이익은 2498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중 IB 부문이 43.4%다. 영업이익 중 트레이딩의 비중은 41.2%로 IB 부문과 함께 실적 견인에 일조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3분기 IB 부문 순수수료수익 2972억원을 기록해 전체 순수수료수익 5592억원의 53%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 역시 IB에서만 2099억원의 실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41.4%에 달한다. 

KB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IB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KB증권 41%(1204억), 삼성증권 24.3%(898억) 등으로 나타났다. 단, 삼성증권과 KB증권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4034억원, 2938억원으로 각각 0.2%, 1.5% 줄었다.

중소형 증권사들로 시선을 돌리면 최근 IB 부문을 강화한 DB금융투자(A), 교보증권(A+), 현대차증권(A+) 등의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조정돼 눈길을 끌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이들 증권사에 대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수익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DB금융투자 역시 IB 부문에서 작년에 545억원, 올해 3분기까지 453억원의 이익을 냈다.

현대차증권은 IB와 자기자본투자(PI)의 실적호조로 올해 3분기 누적영업이익 884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IB 부문에서 난 성과가 이익감소 폭을 줄여줬다. 유진투자증권은 3분기 IB 부문에서 105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전체 순이익에서 IB 부문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한다. 

문제는 내년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규제에 나서면서 증권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예상을 뛰어넘은 강력한 규제안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부동산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 지으면서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하도록 했다. 아울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 투자은행(IB)에 대해서는 부동산대출을 신용위험액 특례 대상에서 배제하고 일반 증권사와 동일하게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한 해는 국내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애써온 성과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던 시기”라면서도 “규제안의 방향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내년 들어 실질적인 조치가 행해질 경우 증권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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