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넘보는 VFX 등 '미래 블루칩'...중국 글로벌 네트워크 적극 공략해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다시 중국을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도 일간지 모 신문에 중국공상은행이 실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 가운데 단연 1위. 미국 포브스지가 매출과 순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 4가지 요소들을 총합해 매긴 전 세계 2,000대 기업 가운데 챔피언이 중국공상은행이고 2위가 중국건설은행, 3위가 중국농업은행이고 4위에 가서야 비로소 미국 150년 자본주의 맹주 JP 모건체이스가 나온다.

시가총액 1위 챔피언인 애플은 15위로 밀려났고 한국 삼성전자는 22위, 현대자동차는 87위라고 한다. 답안지 비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3년 말 기준으로 3,217조 원에 달하는 중국 공상은행의 자산은 238조 원인 신한은행의 13.5배 규모다. 순이익은 신한은행 1조 3413억 원 : 공상은행 44조 7,310억 원. 직원수도 신한은행이 1만 3594명이고 공상은행 44만 2706명이다. 게임 오버? 한국과 중국 경합 게임은 이미 끝났단 말인가?
 

종치고 집에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집중해 보자. 중국 공상은행 장첸친회장은 조선일보 29일자 인터뷰 기사에서 “신세대를 공략해 인터넷 금융에 집중하겠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금융에 밀리면 은행이란 존재는 10년 안에 도태될 것”이라며 “'E(Electronic)-ICBC(공상은행)'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은 바링허우(八零後·80년대생), 주링허우(九零後·90년대생)가 주요 고객층으로, 인터넷 금융 혁신만이 이러한 신세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확인한대로 세계 최대 기업 수장인 공상은행 회장이 ICT, 미디어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경쟁상대로 삼고 있다. 이건 무슨 뜻인가? 과거 은행이 보험과 융합했던 정도 변화를 두고 방카슈랑스니 불러가며 호들갑 떨던 때가 있었는데 오늘날 은행과 전자상거래, 게임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니. 경제시스템 후천개벽이 아닐 수 없다. 그 안에서 우리 미디어산업의 살길을 찾아보자. 머나먼 길, 금융은 일단 제외하고.
 

그렇다. 중국은 미디어산업에서 금융자원, 인적자원(양적 측면과 시장규모), 물적자원(유동성 물량 등), 정보자원(글로벌 시장 분석 능력 등) 등에서 거의 대부분 한국을 추월했다. 다만 한 두어 가지 정도 요소와 자원에서는 한국보다는 비교 열위에 있다. 우리도 잘 모르는 이 우월한 요소는 한강의 디지털 기적과 창조성 기적이라는 은유를 통해 잘 설명할 수 있다. 우선 한강의 디지털 기적이라 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헤쳐나간 디지털 신경제 부문 압축 고도성장 경험을 일컫는다.

   
▲ 2006년 영화 <괴물>은 미국이나 뉴질랜드 기술에 의존해 오던 한국 영상산업이 마침내 세계 선두그룹에 들어서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디지털 신경제를 꽃피운 애플 아이팟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 커뮤니티 서비스, 구글 유투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등이 모두 한국에서 시초로 태동한 발명품들이었다. MP3는 한국 벤처 아이리버와 삼성전자 옙이었고 소셜 커뮤니티는 KAIST가 만들고 SK가 키운 싸이월드였으며 동영상플랫폼은 한국의 벤처 채티비, 판도라TV 등이 선구자였다. 이런 디지털 산증인으로서 경험을 후발 공룡 중국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강의 창조성 기적이란 K POP, K Drama, K Cinema로 집약해도 좋을 한류 콘텐츠 도전과 성취에 있다. 한국 영화를 보자. 산업적으로도 많이 컸지만 창조성을 가늠할 내용성과 미학적 가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 15년간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작가, 종사자들은 어떤 창조적 파괴를 감행하였던가? 공동경비구역을 정면에서 다루고 주한 미군이 원인제공자로 설정되는 영화 <괴물>과 같은 자유로운 상상도 거뜬히 나와 주었다.

한국의 정체성이나 국가보안과도 직결되는 한국전쟁, 제주 4.3 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부산 부림사건 등등. 영화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고 다루고 보여줄 수 있었다. 창조의 힘을 살렸고 키워 왔다. 2014년 가을 지금, 우리 미디어산업엔 지금 12척 배가 아니라 12만 명, 120만 명도 넘을 창조자가 남아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 질주하고 스스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 부분 창조성이란 잣대로 보면 지금 중국은 어떠한가? 다음 뉴스를 체크해 보자.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진이 중국 정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중국어·중국문화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5월 시카고대학 학생신문 ‘더 시카고 머룬’(The Chicago Maroon)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교수 108명은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학문적 자유를 짓밟고 있다”며 폐쇄 청원 서명을 모아 교수평의회에 제출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고용한 공자학원 교수진은 정치적으로 금기시되는 문제들 즉 대만, 톈안먼(天安門) 사태, 민주화 운동, 티베트 문제 등을 외면하도록 훈련됐다”고 역사·종교학과 브루스 링컨 교수는 주장했다.
 

따라서 중국에 비해 한국은 적어도 미디어산업 현장에서 더 높은 창조성을 축적해 왔다는 분석이다. 창조성은 결국 창조산업, 창조경제 원동력이 되는 핵심역량이기 때문에 한국 미디어산업 경쟁력 우위 또한 창조성과 같은 무형자산에서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한강의 디지털 기적이 각인시켜 준 기술력과 고귀한 경험 또한 경쟁력 자산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기술력과 같은 유형자산은 당장 중국이 우리에게 파트너십을 요청하고 있는 협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실제로 방송영상 부문 컴퓨터 특수효과를 말하는 VFX (visual effects, visual F/X) 부문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10년 정도 뒤져 있다는 평가다. 먼저 디지털화를 체험하고 좌충우돌 사업을 해 온 한국이 더 많은 기술력을 보듬게 되었다는 얘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심형래 감독의 무모한 도전이 자체기술과 자생력을 키웠다. 그 결과 2006년 영화 <괴물> 때까지 미국이나 뉴질랜드 기술에 의존해 오던 한국 영상산업이 마침내 세계 선두그룹에 들어서게 되었다.

   
▲ <미스터 고, 2013>를 창작한 김용화감독은 대작영화에 들어가는 VFX 기술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김용화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 수준은 할리우드 못지않고 비용 등을 산정한 가격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영화 <국가대표, 2009>, <미스터 고, 2013>를 창작한 김용화감독이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 서극감독 영화 <적인걸 2> 같은 대작영화에 들어가는 VFX 기술은 김용화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 담당이다. 당연히 기술 수준은 할리우드 못지않고 비용 등을 산정한 가격경쟁력은 더 더욱 우수하다.
 

결국 중국과 한국이 함께 갈 길은 굵게 패여 있다. 한국이 살길도 쉽진 않지만 분명히 펼쳐져 있다. 함께 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아니라 반드시 함께 해야 좋을 상호 협력 구조를 더욱 강조하고 권장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이 고생해 가며 익힌 창조성과 기술력을 활용하고 중국이 급성장한 시장과 투자역량, 글로벌 네트워크를 서로 조화롭게 융합해 개척하는 미래라야 실리와 감동이 있을 터이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비교우위와 핵심역량, 경쟁력과 차별성을 감안하는 경제학 원론이다. 한국 미디어산업이 중국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아시아류, 협업의 경제학이다. 더구나 한국과 중국의 80년대생, 90년대생은 서로 함께 하는 오픈시스템 태생들이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