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스토브리그'가 가장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 병역 문제다. 그것도 국적포기에 의한 병역 회피다. 이 드라마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것일까.

27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5회에서는 남궁민이 이용우를 팀의 새로운 외국인선수, 흔히 말하는 용병으로 데려오는 과정이 그려졌다.

백승수 드림즈 구단 단장(남궁민 분)은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찾기 위해 이세영(박은빈 분), 한재희(조병규 분)와 함게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코디 및 통역 로버트 길(이용우 분)의 도움을 받아가며 영입 대상 선수들과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염두에 뒀던 외국인선수는 이미 다른 팀이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해 눈앞에서 놓쳤고, 2순위 후보였던 선수 역시 다른 팀이 손을 뻗친 상황이었다.

난감해진 드림즈팀. 하지만 백승수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로버트 길이 청소년 및 국가대표 출신에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길창주 투수였고, 부상으로 미국 팀에서 방출된 후 재기를 위해 개인적으로 투구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백승수는 미국 국적의 길창주를 외국인선수로 영입하기로 했다.

   
▲ 사진=SBS '스토브리그' 방송 캡처


하지만 넘기 힘든 걸림돌이 있었다. 길창주는 병역의무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인이 됐던 것. 단순히 개인적인 욕심 때문은 아니었고, 병에 걸린 아내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내린 선택이었다. 경위가 어찌 됐건 길창주는 병역회피를 위한 국적포기 선수로 낙인찍혀 한국으로 돌아오기가 힘든 처지혔다.

그런 길창주에게 백승수는 50만달러를 제시하며 드림즈 입단 제의를 했다. 길창주는 "선뜻 사인을 하기 어렵다. 군대에 간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이 절 어떻게 볼까.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버텼다. 근데 이 생각이 머릿속에 버티고 있으니까 정말 못 돌아갈 것 같다"라고 괴로워했다. 또한 '용병'이 돼 로버트 길이란 이름으로 한국에서 공을 던지면 부모님께도 못할 짓인 것 같다며 백승수의 계약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백승수는 길창주에게 '절실함'을 얘기했다. 길창주는 아내가 임신을 한 상태.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결국 절심함 때문에 길창주는 백승수 단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용병으로 한국에 오기로 한 길창주에게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적을 포기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 백승수는 길창주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돌파에 나섰다. 기자들의 날선 질문은 길창주를 궁지로 몰아넣었고, 백승수는 그의 과거 업적과 병역제도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변론을 했다.

마지막으로 길창주에게 날아든 질문. "지금이라도 군대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길창주가, 또는 백승수가 어떻게 이 질문에 대처할 지는 다음회로 넘어갔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남자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게 병역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이날 방송된 '스토브리그'는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 전 메이저리거 백차승이 직접적으로 오버랩됐다. 둘 다 병역을 앞두고 미국 국적을 획득했다.

'스토브리그'는 왜 이런 민감한 문제를 다뤘을까. 단순히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논쟁거리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취지일까.

앞으로 드라마를 지켜봐야겠지만, '스토브리그'가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화두 하나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다.

야구를 소재로 했지만 스포츠가 아닌 사람들 얘기에 주목하고 있는 '스토브리그'의 이런 과감한(?) 전개에 시청자들은 높은 시청률로 호응했다. 이날 '스토브리그' 5회는 12.4%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또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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