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는 기관 없어 제도적 개선으로 해결해야…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악법
   
30일 본회의에서 결국 '4+1'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이 가결되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 109명이 퇴장한 채 재적한 177명의 의원들의 표결로만 이루어진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단 한명을 제외한 128명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다. 오직 금태섭 의원만 기권했을 뿐이었다. 

금태섭 의원은 공공연하게 공수처 제도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었다. "나쁜 정권이 들어서면 충성 경쟁으로 이어져 공수처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금의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이른바 '악의 화신'인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서 또다른 악을 만들어내겠다는 이 넌센스 같은 일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공수처제도가 필요했던 것일까? 내가 지금 '전세계'라고 했지만 이것은 결코 과장을 위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수사권 기소권 모두를 가진 기관은 글자그대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우리가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나치 독일 시절의 '게슈타포(die Gestapo)' 정도일 뿐이다. 

친문이라는 광기의 프레임을 벗어나 조금만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나라에 공수처라는 제도가 필요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것은 결코 이념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이다. 간단하다. 현실적으로 이것을 할 이유가 전혀 없기에, 안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다다. 하지만 기어이 광기에 휩쌓인 자들이 이렇게 악마를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친문이란 광기의 프레임'이란 말에 기분나쁠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이 단어 말고 어떤 말로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혹 당신이 평생 만나본적도 없는 정경심이라는 사람을 위해 '사랑한다'고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서초동을 가득 메우는 것을 설명할 다른 말이 있다면 나에게 제안해주기 바란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수처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굴뚝같이 믿고있는 사람에게 '공수처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하나같이 이들은 악마같은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기관이라 답할 것이다.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공수처법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사진=연합뉴스

물론 검찰엔 어느정도 악마같은 점이 있다. 아니 어느정도가 아니라 틀림없이 검찰에 문제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이에크의 지적처럼 그 어떠한 기관도 문제 없는 기관은 없다. 모든 기관은 문제가 있고, 그것이 인간의 입법행위의 본질이다. 제도의 탄생은 결코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또 다른 악마로 남게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이란 악마를 무찌르기 위한 또 다른 악마를 만드는 게 아닌, 검찰이란 악마 자체를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은 너무나 강력한 악마이기 때문에 결코 검찰내에선 고칠 수 없고 더 강력한 악마가 필요하다 말한다. 

한번만 차분히 생각해보자. 왜 하필 검찰인가? 이렇게나 많은 기관들 가운데 왜 하필 검찰이 '절대 악마'가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이 이들이 좋아하는 정경심 교수를 못살게 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정경심 교수를 좋아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교수가 조국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조국을 좋아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유아틱한 이 일련의 사고방식에 누군가는 그런 설명이 어딨냐고 코웃음을 칠 수 있다. 나도 21세기 사회에서 이런식의 종교적 신격화와 같은 원시적 사고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문프이기 때문에, 그분이 지지하는 조국을 나도 지지한다"는 공지영 작가의 말은 소설속 대사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어떻게 친문이란 광기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뒤흔들 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은 또다른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지만, 친문이란 광기가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음을 목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이라는 '신'에 대적하는 모든 자들은 모두 악마가 되고있다. 금태섭 의원도, 진중권 교수도,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렇게 모두 악마가 되었다. 

지금 당신이 악마로 몰리지 않았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당신도, 아니 나도 어느순간 눈떠보면 이 광기에 휩쌓인 자들의 종교재판에 끌려나가 있을 것이다. 아, 악마가 나의 죽음을 알지 못하면 좋으려만.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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