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환경 변화…고객과의 '신뢰회복' 강조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20년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발표한 가운데 이들 중 다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에 비해 엄격해진 규제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주요 증권사 CEO들이 새해 첫 근무일을 전후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 안에는 CEO들의 현실 인식과 미래 상황에 대한 비전이 그대로 담겨 있어 앞으로 그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상당수의 CEO들은 정부의 자본규제로 인해 전통적인 수익구조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신년사를 발표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증권투자업은 단순 중개자에서 스스로 자본을 투입하고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차별적인 상품과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역할로 전환했다"면서 "자산규모가 자본규제상 우리의 한계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 역시 ‘변화되는 규제에 촉각을 세워달라’는 주문을 냈다. 그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함을 키워야 할 때"라면서 "각종 규제와 제도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변화된 상황에 걸맞게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제시한 CEO들도 있었다. 

‘2년연속 ROE 10%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건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자본금 규모, 브랜드 파워, 조직규모 면에서 대형사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치밀한 전략과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역시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비대면 자기주도형 투자자를 위해 강화한 핀테크 기반의 온라인‧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증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다양한 신개념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 역시 업무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리테일부문의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신년사에서 피력했다.

고객과의 신뢰회복을 강조한 CEO들도 많았다. 작년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사모펀드 환매중단 조치 등이 고객과 금융사 간의 신뢰에 타격을 줬다는 문제 인식이다. 정영채 사장은 “고객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상품과 솔루션 인프라는 지금보다 더 정교해지고 스펙트럼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사업부문간 ‘협력’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증권을 모태로 시작했지만 사업부문간 협력과 열정으로 자산운용, 저축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 부동산위탁관리회사 등 부동산계열 회사를 갖춘 금융부동산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룹의 모든 사업부문이 서로 도와주고 배려할 때 각자의 분야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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