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재환(32·두산 베어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두산 구단의 협조 하에 포스팅 신청을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6일 오전 마감 시한까지 메이저리그 어떤 팀과도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재환의 포스팅 실패와 메이저리즈행 좌절,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저런 분석과 평가가 가능하다. 많은 야구팬들은 '무모한 도전'이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럴 만하다. 김재환은 갑작스러웠으며, 준비가 부족했고, 직전 시즌 성적도 좋지 못했다.
지난 2019시즌을 마칠 때만 해도 해외진출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김재환은 프리미어12 대표로 출전해 준우승 및 도쿄올림픽 본선티켓 회득에 따른 등록일수 보너스 혜택을 받았다. 그렇게 7시즌 연한을 채운 그는 급히 두산 구단과 협의해 포스팅 신청을 했다. 갑작스러웠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이었다.
갑작스럽게 나섰으니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KBO리그에서야 김재환이 강타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팀들에게 그는 관심권 밖에 있는 선수였다. 물론 KBO리그를 살피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김재환을 모를 리는 없지만,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를 거의 한 적이 없고 지난 시즌까지 자격 연한도 안됐기 때문에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미국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드러난 것이 없다.
2019시즌 성적도 김재환이 메이저리그에 명함을 내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016년 37홈런을 날리며 본격적으로 거포의 위력을 과시한 김재환은 2017년 35홈런에 이어 2018년에는 44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홈런왕까지 차지했다. 만약 2018시즌 후 김재환이 포스팅 신청을 할 수 있었다면 얘기는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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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 베어스 |
하지만 지난해 김재환은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3할대였던 타율이 0.283으로 떨어졌고, 홈런은 15개밖에 치지 못했다. 바뀐 공인구의 영향인지, 30대의 나이에 기량이 쇠퇴기를 맞았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성적으로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주목을 받기는 힘들었다.
김재환의 에이전트사 스포티즌은 6일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계약 불발 사실을 전하면서 "4개 구단과 협의를 했지만 우리가 제시한 기준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에는 시기적으로 이해의 공통분모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결국 위에 언급한 문제점들이 계약 실패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김재환은 좌절감에 빠져 있어야 할까. '도전 정신' 빼곤 남은게 없는 것일까. 아니다. 2020시즌에도 그는 할 일이 많다.
김재환은 여전히 두산의 간판타자다. 두산이 지난해 최다안타왕 페르난데스와 재계약을 미룬 것도 김재환 때문이었다. 김재환의 미국행 또는 팀 잔류에 따라 어떤 외국인타자를 쓸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김재환이 팀 내 타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린드블럼, 후랭코프 원투펀치를 떠나보내고 외국인 투수를 둘 다 바꿨다. 새로 영입한 프렉센과 알칸타라(전 kt)가 얼마나 제 몫을 해줄 지는 모르지만 불안요소를 안은 채 새 시즌을 시작한다. 타선이라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줘야 한국시리즈 2연패 목표를 향해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그 중심 역할을 김재환이 해줘야 한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대표팀에도 김재환이 꼭 필요하다. 만약 김재환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면 대표팀은 확실한 좌타 거포 없이 올림픽 준비를 해야 했다. 김재환은 2018시즌 이전 화끈한 타격감을 되찾아 박병호와 함께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이루면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앞장서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김재환은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올해 화려하게 부활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낸 다음 당당하게 메이저리그 팀들의 부름을 받는 것이 최고의 수순이다. 김재환의 방망이가 다시 뜨거워지면, 올 시즌 후 그가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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