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추가 금리인하 필요한 시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권이 한국은행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경제가 장기적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면서 시장에선 “금리인하 여건이 마련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사진제공=한국은행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7일 올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내린 후 연 1.25%를 유지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2% 내외 성장에 머문 가운데 물가상승률 역시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0.4%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196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저 상승률을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경기부진에 따라 올 상반기 기준금리가 인하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예상되고,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 등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하회하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미뤄 금리를 인하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마이너스 ‘GDP 갭률’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GDP 갭률은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비율이다. 마이너스 값이면 수요가 공급을 밑도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 하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다만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자본유출이 우려되면서 금리를 인하하는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장기간 경기불황과 디플레이션을 감안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진 점 등이 이번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이번 상반기 중으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달에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진 점이 이번 금리인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상당히 우려되는 시점으로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0.4%였고, 올해 물가상승률도 1%로 목표안정물가(2%)를 훨씬 밑돌고 있다”며 “결국 물가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화정책이던 재정정책이던 올해는 경기를 부양시켜야 되겠다는 강한 움직임이 반영되면서 상반기에 한 차례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