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코트라가 직무급제를 실시한다고 밝히자 공공기관 인사 제도 혁신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트라가 전날 연공서열제를 폐지해 직무 난이도와 책임 정도에 따라 같은 직급이어도 급여에 차등을 두는 '직무급제'를 단행했다. 이는 노사간 합의사항으로 노조가 연공서열에 기반한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 도입을 더 원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노사간 합의로 내놓은 보수 및 직무체계 합리화 안건에 대해 투표 참여자 중 79%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코트라 노조가 편한 방식이라고 불리는 호봉제를 버린 이유는 간단하다. 호봉제가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코트라는 지난해 임금 체계의 합리화를 위해 전문 컨설팅사를 선임했고, 5차례의 직종별 공청회와 직원 투표를 진행해왔다. 이달 중 코트라 이사회가 급여 체계 변경안에 대해 의결할 경우 올해 상반기 중 직무급제가 전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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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코트라가 직무 난이도와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 수준을 달리한다고 밝힘에 따라 부장급 직원들 간에도 성과급이 최대 2배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사진=구글 |
직무급제 도입에 따라 업무 난이도·중요성·책임 범위 등의 기준과 연차에 따라 16등급으로 세분화되며, 등급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해외 시장 개척 또는 기업 요청이 많은 무역관에서 근무할 경우 등급이 높아지고 급여 수준도 이에 따라 오르는 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같은 부장 직급이어도 성과급이 두 배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라가 공공기관 최초로 직무급제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석유관리원·새만금개발공사·산림복지진흥원 등이 이 보다 먼저 직무급제를 시행해왔지만 직원 수가 적고 생겨난지 오래 되지 않아 관심을 끌진 못했다. 코트라의 경우 설립 40년이 넘었고,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대형 기관이기 때문에 파장이 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연공서열제가 폐지되고 직무급제가 들어설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과 같은 이익집단들을 상급기관으로 둔 노조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 노조는 직무급제에 대해 극렬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코트라 인사 제도 혁신에 대해 "직무급제는 원래 받을 수 있는 봉급에서 일부를 남에게 떼어주는 것 아니냐"며 "연공서열제 같은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직무급제를 반길 이유가 없다"며 직무급제 도입에 대해 여실히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때문에 '철밥통'으로 여겨지는 공공기관 인사 제도 혁신은 요원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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