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통미봉남’ 전략 기조가 확고해지고 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남한을 향해 주제넘게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 만남’을 갖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생일 메시지를 전해달라 말했다고 밝힌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7일 밝힌 신년사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기도 한 이번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는 ‘전원회의 보충 해설서’와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 발표를 통해 밝힌 대외전략인 ‘정면돌파’ 의지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김 고문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조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며 “남조선 당국이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 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 축하인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계관의 담화는 우리의 북한 전원회의 결과 오독에 대한 반응이라고 해야겠다”며 “대미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는 등 여전히 남측 정부가 중재자의 꿈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자신들이 입장을 재강조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전원회의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대남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기대와 미련없이 정면돌파전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김 고문은 “설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인적으로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개인적인 감정이여야 할 뿐, 국무위원장은 우리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시는 분으로서 그런 사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국사를 논하지는 않으실 것이다”라고도 밝혔다.
또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월남(하노이회담)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 때처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유엔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 같은 협상은 더 이상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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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
북한을 향해 꾸준히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미국을 향해 하노이회담 결렬 책임을 강조해 다음 협상에서 한층 몸값을 높여보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동시에 남한을 향해서는 중재자 역할을 내세우지 말고 대북제재 완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라는 말로 보인다.
김계관 고문은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김계관의 담화 발표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일축한 것이어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 발표를 통해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해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강조하며, 접경지역에 ‘DMZ 접경지역의 생명공동체’ 조성, ‘2032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준비,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김정은 답방’ 등 협력사업을 제시했다.
통일부는 13일 북한을 향해 ‘서로 지킬 것은 지키자’고 말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계관 고문 담화에 대해선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또 서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자”고 밝혔다.
‘김계관의 담화는 통미봉남 메시지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작년 2월 하노이회담 이후 남북 당국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통미봉남이라고 할지, 선미후남이라고 할지 우리가 말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변인은 또 ‘김계관 담화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협력 제안을 거절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김 고문 담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언론 보도나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하다”면서 “계속해서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하면서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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