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하자마자 연이은 말실수로 ‘삐긋’하는 모양새다.
범보수진영이 ‘통합’을 두고 진통을 겪는 동안 민주당은 별다른 실수 없이 인재영입 등으로 손조롭게 총선 준비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13일 ‘패스트트랙’ 정국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선거를 준비하는 다음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이해찬 대표)”는 선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이어 헛발질을 하고 있다.
과거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한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는 발언으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즉시 사과문을 배포한 데 이어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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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신년을 맞이하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이 대표가 끝이 아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검토’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사고쳤네”라는 경고를 받았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 행사에서 ‘집값 하락’으로 항의하는 주민에게 “동네 물 나빠졌네”라는 발언으로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두고 ‘실수를 덜 하는 쪽이 이긴다’라고 흔히 말한다. 실수를 통해 깎여나가는 표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거 두 차례 선거에서 노인 폄하 발언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용민 막말 파동’이 불거졌고, 결국 수도권 박빙 선거구의 상당수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내주며 선거에서 패배했다. 17대 총선에서는 탄핵 비판 여론에 힘입어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개헌선인 180석까지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선거 막판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라”는 정동영 의장의 발언이 터졌다. 정 의장은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고, 100석도 힘들 것이라던 한나라당(현 한국당)은 반사이익으로 121석을 차지했다.
민주당, '막말의 추억'에도 여전히 관대한 평가..."주의대상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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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이 지난 2019년 11월5월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를 감안한 듯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막말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예고했다.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획단 ‘첫’ 회의에서 “도덕성과 공정성에 대한 청년들의 강렬한 요구를 수용해 공천 과정에서부터 혁신적으로 준비하겠다”며 “국회의원들은 말로 정치하는 사람들이기에 혐오 발언 이력이 있는 분들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은 막말에 관대한 모양새다.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총선 예비후보자 적격심사에서 막말로 물의를 빚은 전·현직 의원들에게 ‘적격’ 판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민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시에서 진행된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을 갖춘 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공청회에서 “(만약 병원 설립을 위해 소송을 걸면) 그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막말을 했다. 김정호 의원은 지난 2018년 12월 김포공항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는 등 고압적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두 의원이 모두 ‘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당 검증위가 예비후보자에 대한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규정한 당규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총선이 90일도 남지 않은 이 순간부터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작은 실수로 인해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선거 전체 판세가 흔들릴 수도 있다”면서 “특히 정치인의 입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주의대상 1호”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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