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 발 ‘초법적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내부에서조차 난색을 보이며 수습에 분주한 모양새다.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말하자 참모 입에서 ‘매매허가제’가 거론되고, ‘조국 가족 인권침해’ 청원과 관련해 청와대가 인권위에 조사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도 있다”며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 도입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매허가제는 주택 등을 사고팔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이뤄지는 매매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진행한 신년기자회견를 통해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강 수석의 발언은 ‘초법적’ ‘위헌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나오자 여권과 정부에서도 선긋기에 나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경제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도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 대안들은 검토하고 있지만 부동산 매매허가제를 검토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여기에 같은 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 “검토된 적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노 실장은 취임 후 첫 언론인터뷰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매매허가제를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강기정 수석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실 공식적인 논의 단위는 물론이고 사적인 간담회에서조차 검토된 적은 없다”며 “다만 부동산시장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저희는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비서실장으로서 질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오늘 아침에 만났었다”며 “어이 사고쳤네. 이렇게 얘기했다”며 웃었다. ‘시장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것 같다’는 지적에는 “네”라고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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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연합뉴스 |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검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문으로 보낸 일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협조’와 ‘이첩’이라는 두 번의 공문을 보냈고, 이중 두 번째 보낸 이첩공문을 폐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어 인권위가 청와대에 공문을 반송했다는 기사가 나왔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청원 공문은 인권위에 그대로 있다고 밝히면서 두 국가기관간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청와대는 두 번째 공문에 대해서만 실수로 보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첫 번째 협조공문은 인권위원장의 답변을 요청하는 것으로 인권위가 불가 방침을 밝혔고, 두 번째 이첩공문이 인권위의 조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해당 공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논란은 인권위의 엄중한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어서 비판이 제기된다. 시민단체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청와대의 ‘조국 국민 청원 공문 발송’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청와대에 자성을 촉구했다. 엄중한 독립성이 생명인 인권위에 청와대가 사실상 조사를 지시한 것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17일 브리핑에서 인권위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첫 번째 공문은 ‘조국 가족 및 주변인에 대한 검찰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조사하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청원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돌파함에 따라 국가인권위의 답변 협조를 요청합니다’이다.
두 번째 청와대의 이첩공문은 ‘조국 가족 및 주변인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조사하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청원답변 요건인 20만 돌파해서 인권위에 본 청원을 이첩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인권위에서 회신받은 공문 내용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대한 법률 시행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진정 내용이 인권위에 이첩 접수될 경우 조사될 수 있고, 실명 확인이 필요해서 진정인의 연락처를 함께 알려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공문 내용을 밝혔지만 지난해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사건’ 등에 이어 법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가 나오면서 우려가 커진다.
청와대의 인권위 조사 요청은 조국 전 장관까지 기소돼 ‘조국 사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압력이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매매허가제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 침해 가능성이 있어 발상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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