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2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를 국고로 메워주는 상황에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과 연금은 민간대비 낮은 급여, 정치적 중립의무와 퇴직 후 재취업 제한 등에 대한 보상이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저출산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의 연금체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에는 양쪽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재 이성적인 논의보다 격한 찬-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바른시민사회회의에서는 2일 프레스센터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 폭 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
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토론문]
Ⅰ. 공무원연금, 개혁하려면
우선 현재 지급 연금액에서 전체적으로 몇%을 깎는 것이 좋은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이는 인구추계와 경제성장률을 감안하여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준의 연금액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공적연금은 내가 낸 것보다 많이 받으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 더 부담을 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 노조는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수준으로 올려야지 하향평준화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공적 연금에는 공짜가 없고, 국가도 나라 곳간이 바닥을 보이면 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몇 %를 깎을지 결정하기 위해 기초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향후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전망, 연금부채의 세금보전액 전망입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지급액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연금충당부채, 기초연금·건강보험 재정소요액, 일반정부부채규모도 감안해야 합니다. 미래세대가 공무원연금적자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금개혁의 본질은 ‘공무원과 일반국민’,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간 ‘돈의 배분’ 문제입니다. 현재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얼마의 빚을 떠넘기는 것이 적당한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장기재정추계에 기반 한 자세한 세대 간 부담액이 나와야 합니다.
자기자식에게는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 하면서 미래세대 전체에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빚을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도덕적 해이, 세대간 착취, 폭탄 돌리기’입니다. 장래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세금을 걷어 연금을 지급하려 한다면 당대 납세자들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세금에서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원칙은 ‘세금 내는 납세자의 동의 없는 세금은 무효’임을 의미합니다.
같은 원리로, 과거 정치가들이 공무원들에게 “퇴직하면 죽을 때까지 매달 30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현재 세금을 내는 납세자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내용으로, ‘원천 무효’입니다. ‘불이익은 참아도 불공평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사회에서 불공평은 아주 중요합니다. 불공평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민연금보다 지나치게 많이 주는 공무원연금은 극심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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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9.27 공적연금 복원을 위한 공노총 총력결의대회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공무원들이 공무원 권리주장과 공적연금 복원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현재 공무원연금평균수급액은 217만원, 군인은 240만원입니다. 300만 원 이상 받는 사람도 7만 명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현재 65세 이상의 일반국민은 국민연금에 기초연금을 더해도 겨우 44만원밖에 못 받습니다. 1인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 금액입니다. 연금 하나만 놓고 볼 때 공무원은 양반, 일반 국민은 쌍놈, 천민입니다. 일반국민과 불공평을 감안하면 많이 깎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현재 공무원연금의 경제적가치가 현재가치로 얼마에 해당하는지도 감안해야 합니다. 기수급자 충당부채금액을 인원수로 나눈 1인 평균부채는 공무원 퇴직연금이 5억2700만원, 유족연금이 2억8800만원입니다. 둘을 더해 공무원연금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보면 1인 평균 8억1500만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금액에는 이미 받은 연금액은 빠져있으니 그것까지 감안하면, 현재 기수급자 공무원연금의 경제적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평균 1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평균의 함정을 감안하면, 교사나 고위관료는 현재가치로 약 15억 원 이상을 받아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 금액에는 공무원이 재직시 낸 보험료(기여금)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공무원의 수익비(기여액의 현재가치 대비 급여액의 현재가치)가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 이상으로, 그 금액은 크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적연금은 노후빈곤을 해소 목적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공무원들이 재산과 소득수준이 일반국민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고, 국가의 많은 연금을 받지 않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다면 더 많이 깎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낸 기여금에 비해 얼마를 더 많이 받는지도 중요합니다. 이때 수익비(급여액의 현가/기여액의 현가)보다는 순이전액(급여액현가-본인기여액 현가)의 크기가 중요합니다. 순이전액이 생각보다 크다면 더 많이 깎을 수 있습니다.
세금이 누구로부터 징수되어 보전 되는지도 감안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세금은 2013년 기준 국세 중 간접세비중이 49.7%입니다. 술·담배·경마·유류세 등 죄악세 비중도 높습니다. 공무원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낸 간접세가 공무원들의 안락한 노후 재원인 셈입니다.
Ⅱ. 발제문의 개혁안에 관하여
발제문의 안은 연금수지 적자(세금보전금)가 현재보다 333조원(26%) 축소되지만, 퇴직수당 인상을 감안하면 적자감소폭이 10%대로 낮아져 근본적인 개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단 몇%를 깎을지 사회적합의가 모아지면 기수급자, 재직자(2009년 이전과 이후 등), 향후 신규입사자간 ‘합리적 고통분담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발제문의 안은 현재 공무원연금의 최대수혜자인 기수급자와 근속연수가 오래된 사람보다 근속연수가 짧은 젊은 세대 공무원과 미래 공무원들에게 더 많은 고통분담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자기가 낸 것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는 사람의 연금을 더 많이 깎는 것’이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기 수급자의 경우에 ‘신뢰보호’를 조금 감안해야 하지만, 가장 큰 수혜자인 기 수급자의 연금액을 발제자의 안(재정안정화 기여금 3%)보다 많이 깎아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기수급자의 연금액을 깎는 것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헌법재판소 판례(2003.9.28.선고 사건번호 2001헌마93)는 “이미 많은 연금액을 소급하여 깎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문제가 있지만 아직 받지 않은 연금액을 깎는 것은 입법형성의 자유로 합헌”이라는 입장입니다.
순이전액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분담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하후상박’이 되며, 근속연수가 긴 사람의 연금을 많이 깎는 개혁안이 도출됩니다. 40~59세 사이 연금수령자도 6만 명입니다.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성격에 어긋나게 근로세대가 연금을 받고 있는 것도 우선적으로 손봐야 합니다. 국가의 도움이 없이도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재산과 소득이 많은 공무원들’의 연금을 우선적으로 깎아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는 가장 먼저 직종•직급•재직연수•연령별로 구분해 연금액•퇴직수당•연금충당부채•순이전액(기여현가-수급액현가) 등을 정확히 산출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우리는 그 사실에 기초해 토론을 해야 합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8년 대국민 연설에서 “사회보장연금제도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서 놀고먹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결코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반국민은 생활고로 자살하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합니다. 전등조차 못 켜고 사는 빈곤층이 매년 6만호에 이릅니다. 이 와중에 언제부터인가 귀족연금을 받아 놀고먹는 집단이 생겨난 것을 우리 국민은 다 압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의 핵심은 일반국민에게서 공무원계층으로 부당하게 부가 이전되어 소득불평등을 악화되는 것을 막는 일이고, 현재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부당하게 빚을 떠넘기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문명사회의 정치는 현재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이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개최한 ‘공무원 연금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