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133호. 청와대:조국 인권 침해와 관련 답변 요청. 인권위:거부. 청와대:2차 공문 이첩 후 폐기 요청. 인권위:폐기 불가능, 정식 공문 요청. 청와대:폐기 요청 공문 후 인권위 조사 착수 가능. 인권위:공문 반송, 조사 불가 입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놓고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각을 세우고 있다. 조국 사태가 발단이다. 지난 해 10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인권위가 조국 장관과 가족 수사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 침해를 조사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한 달 뒤인 이 청원은 22만6434명의 동의를 얻었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를 모토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2017년 8월17일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신설한 게시판이다.
1호 답변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답했다. 청원에 대한 1호 답변은 '소년법' 개정 청원이었다. 2017년 9월3일 올라온 이 청원은 같은 해 11월 2일 29만6330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 기준수를 넘겼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 홈페이지 및 SNS 공식 계정을 통해 답변했다.
당시 조 수석은 내용으로는 이러한 국민적 요청이 정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이를 낮추는 것보다는 범죄 예방이 중요하다"며 "보호처분, 피해자 보호 등의 문제는 의지를 가지고 2~3년 정도 집중해서 노력하면 나아질 것", "정부가 약속을 지키고 꾸준히 일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친절한 청와대'를 표방하면 답변에 나섰던 조국 전 장관은 2년여가 지난 지금 '너무나 친절한 청와대'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청와대의 조국 사랑이 독립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에 '협조'라는 명분하에 압박을 가한 의혹이다. 국민 청원에 오른 조국 전 장관 관련 건수는 500여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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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금까지 많은 논란을 낳았다. . 청와대가 청원 내용보다 '동의'에 주목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증거다. 머릿수보다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탓의 정치' '핑계의 정치'로 무능을 덮는 정부의 대표적인 방패막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
'조국 가족 인권침해 조사 청원'은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간의 진실공방으로 비화되고 있고 있다. 인권위가 공개한 공문은 청와대의 기존 입장과 해명에 배치된다. 인권위의 입장대로라면 청와대가 답변을 왜곡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심각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배한 것으로 의심 받을 만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증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을 위한 인권전담 독립 국가기관으로 규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하지만 그 모체는 국제인권법이며,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규정된 모든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가 '조국 가족 인권침해 조사 청원'을 빌미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압박을 가했다면 파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청와대가 전례 없이 특별 요청한 것이다. 인권위의 '거부' '불가' 입장을 왜곡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면 의중이 의심스럽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금까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취업 사기를 어디에 호소할지와 같은 민원성 얘기부터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 달라, 거스 히딩크 감독을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다시 영입하자, 중국집 고춧가루도 포장해 달라는 장난성 요구도 다분하다. 직접 민주의주의 취지보다는 역기능이 우려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요청에 대응하여 더불어민주당을 해산시켜 달라는 청원뿐 아니라 대통령이 예쁜 여성 연예인과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 전 지구인을 대상으로 한글을 무료로 교육하자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국민청원이 '말 놀이터', '욕구 불만' 해소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국민청원의 1위는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이 차지했다. 지난해 5월 등록된 이후 183만1900명, 2위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이 119만2049명, 3위는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주십시오'라는 청원으로 75만7730명, 4위는 故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건으로 73만8566명, 5위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으로 71만4875명이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념과 이권, 법보다는 개인적 감정이 앞서는 청원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들이 의견이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 결과 결국 조국 사태처럼 국민청원이 여론이라는 머릿수로 자기 합리화 내지는 자기편 구하기에 악용됐다.
지금 국민청원은 우려 속에서도 좋은 의도로 출발했다고 하지만 점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판의 아고라다. 여론을 호도하는 자기들만의 분노 표출 장이다. 아전인수 홍보의 장이다. 이게 더 심한 갈등을 부추긴다. 광장의 싸움을 그들만의 공간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걸 악용한다. 여론을 왜곡 시키는 악의 축이다.
당장 멈춰야 한다. 최소한 법적·사회적 사전 거름 장치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자기 배설적 청원은 상대에 대한 공격이다. 가상의 공간속에 이루어지는 자기들만의 동아리적 유대감을 여론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청와대 청원은 분풀이의 장이다. 청와대가 청원 내용보다 '동의'에 주목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증거다. 머릿수보다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탓의 정치' '핑계의 정치'로 무능을 덮는 정부의 대표적인 방패막이다. 여기에 드루킹의 속임수가 있지 않다고 자신 할 수 있는가?
20일 현재 '윤석열 총장의 3대 의혹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라'는 국민청원은 28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6일 등록된 이후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 있은 '1·8 검찰 대학살' 인사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8일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과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장례식 충돌도 연장선에 있다. 청와대의 답변이 참으로 궁금하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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