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결과는 피하면서 연임이 가능하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2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시적 지시가 아니었더라도 최고 책임자인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의 지원사실을 알린 사실만으로도 인사부의 채용 업무 적절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다만 조 회장이 합격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지는 않았고, 지원 사실을 알린 지원자로 인해 다른 지원자들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에 가담한 의혹을 받아온 윤모 전 신한은행 인사채용담당 그룹장 겸 부행장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인사부장인 김모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채용실무자인 박모씨와 김모씨, 이모씨에게는 각각 300만원 500만원 벌금형과 무죄를 선고했다. 신한은행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합격자에 남성 및 여성 지원자도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점에 비춰보면 조사된 증거만으로는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했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정을 나온 조 회장은 “동고동락했던 후배 직원들이 아픔을 겪게 돼 회장이기 전에 선배로서 매우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항소를 통해 다시 한 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업무방해·남녀평등고용법 위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