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차기 사장으로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결국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음에도 그 직후 또 다시 예탁결제원 사장 인사를 승인할 것으로 보여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선임 이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결국 단수 후보로 추천돼 지난 29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1963년생인 이 수석전문위원은 거창 대성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자본시장조사심의관,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임시주총 전부터 ‘낙하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던 한국예탁결제원 노조는 금융위 관료 출신인 이 수석전문위원이 예상대로 선임되자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예탁원 노동조합은 지난 29일 이명호 사장 선임이 발표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한 절차를 묵살하고 전례 없이 깜깜이 밀실인사로 진행됐다”면서 금융위원회에 승인 보류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기업은행 낙하산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인 유감 표명 및 제도 개선을 약속한 뒤 아직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밀실 추천인사인 이명호씨가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장으로 선임됐다”면서 “깜깜이 밀실절차로 진행된 낙하산 선임 절차는 문재인 정부의 취임 일성인 ‘과정 공정’이라는 약속 위반이고, ‘관치는 독극물’이라는 민주당의 정책방향에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최근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기업은행 외부인사인 윤종원 행장을 지명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0년간 기업은행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선례가 깨지자 노조 측은 여느 때보다 강력한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며 윤 행장에 맞섰다. 윤 행장은 행장 임명 27일 만인 지난 29일에야 정상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이명호 예탁원 신임 사장의 경우에도 윤 행장 이상의 고충을 겪을 것이 확실시 된다. 우선 제해문 노조위원장은 사장 지명이 결정된 임시주총에 직접 참석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행보를 비판했다. 단수 후보로 이명호씨를 추천한 이유조차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나 직무수행계획서 같은 기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표어와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예탁결제원 사장직이 조직 ‘내부’에서 탄생한 적이 없는 관례를 문재인 정부가 깨주길 바랐지만, 기업은행과 예탁원의 경우에서 보듯 적폐를 깨겠다는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호 신임 사장은 우선 여론 진화에 나섰다. 일단 이 사장은 노조 측이 제안한 ‘전 직원 공개토론회’에 응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우선 자본시장 핵심서비스 회사인 예결원 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그간 금융위원회 등 정책당국에서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예탁결제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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