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동안 지상파 TV 주말 예능프로그램 대세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이었다. '무한도전'은 토요일 저녁 MBC를, '1박2일'은 일요일 저녁 KBS2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이었다. 오랜 기간 방송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고 시청률도 높았다.

'무한도전'은 2018년 3월 막을 내렸다. 13년간 지속됐던 프로그램을, 아직 인기가 식지도 않았는데 그만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쉼없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던 김태호 PD, 그리고 멤버들은 지쳤고 재충전이 필요했다.

'1박2일'은 본의 아니게 멤버 또는 PD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 속 시즌제로 이어져왔다. 지난해 3월에는 정준영 파문 후폭풍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시즌 3가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 폐지 얘기도 나왔지만 재정비를 통해 새로운 멤버(김종민 제외)를 구성해 지난해 12월 시즌 4로 돌아왔다.

'무한도전'은 열혈 팬들의 바람에도 부활하지 않았고, 토요일 그 시간대를 '뜻밖의 Q' '언더 나인틴' '선을 넘는 녀석들' 등이 번갈아 맡아오다 지난해 7월부터 '놀면 뭐하니'가 책임지고 있다. 연수로 공백기를 가졌던 김태호 PD가 돌아와 만든 프로그램이 '놀면 뭐하니'였으니, 사실상의 '무한도전' 후속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 사진=MBC '놀면 뭐하니', KBS2 '1박2일' 방송 캡처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초반 고전했다. '무한도전'의 중심이었던 유재석을 다시 등장시켜 '릴레이 카메라'로 시작한 '놀면 뭐하니'는 도대체 뭐하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게 진행이 됐다. 4%대(이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방송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이 계속 정체하며 몇 달이 지나도록 5%대를 넘기도 힘들었다.

'1박2일'은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초반 순탄했다. 배우 연정훈 김선호와 가수 라비(빅스) 등 예능에서는 신선한 얼굴들이 새 멤버로 합류했고,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워낙 고정 시청자층이 많아 15%대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고전하던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드럼을 배워 '유플래쉬' 코너를 만들면서 서서히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고,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하면서 인기 대박을 쳤다. 유산슬 1집 활동(?)을 마무리한 유재석은 지금은 라면 가게를 내고 손님을 맞고 있다. 그 사이 시청률이 슬금슬금 올라가더니 지난 1일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를 달성했다.

'1박2일'은 새 시즌 반짝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 시청률이 처음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 1월 26일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한 자릿수(9.2%)로 떨어졌다. 2일 방송분에서 10.7%로 조금 반등하긴 했지만 출발 당시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놀면 뭐하니'의 최근 상승세와 '1박2일 시즌4'의 꾸준한 하락세. 원인은 무엇일까.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의 차이다.

뚜렷한 컨셉을 잡지 못하던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에게 극한 직업을 계속 맡기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점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드럼을 치고 트로트를 부르고 라면을 끓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유재석이지만 그를 드러머로 변신시키기 위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해 프로그램을 빛냈고,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만들기 위해 김연자 진성 홍진경 등 인기가수들과 박토벤(박현우) 정차르트(정경천) 조영수같은 대가 작곡가들, 작사가 김이나 등이 기꺼이 조연이 돼줬다.

'1박2일 시즌4'는 이전 시즌 1~3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기 위해 편한 잠을 자기 위해 게임을 하고, 복불복으로 까나리액젓을 마시고, 입수하고, 진흙탕을 뒹굴고. 이전 시즌에서 익히 봤던 장면들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익숙하다고 해서 다 지루한 것은 아니다. 새 인물들이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제작진의 노력을 엿볼 수는 있지만 '1박2일' 명성이 갖는 독보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제한적인 틀 안에서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캡처


'놀면 뭐하니'는 끊임없이 변주하고 있다. 지난 1일 방송에서는 '무도 멤버' 박명수와 정준하가 유재석의 라면가게를 찾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초대손님으로서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지상파 TV로서는 파격적으로 케이블 TV(코미디TV)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과 콜라보로 방송을 제작하는 실험적인 시도도 했다.

'1박2일'이 국민예능으로 환영받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을 때 국내에서 꼭 가볼 만한 숨어있던 명소를 어떻게든 찾아내 소개하고, 순박한 동네 사람들과 만난 출연자들이 함께 어울리며 웃고 즐기고 감동까지 줬던 레전드 명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1박2일' 타이틀을 지키기로 했으면 그 속에서라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보태지기를 바란다.

   
▲ 사진=KBS2 '1박2일'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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