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모회사 하나금융지주로부터 4997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증자가 완료되면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4조원을 돌파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하나금투가 발행어음 인가에까지 성공할 경우 현재 3개 증권사가 영위하고 있는 단기금융업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초대형IB 진입에 도전장을 내민다.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가 4997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세부 내용을 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주식 847만주를 취득한다. 주식 취득은 내달 26일로 예정돼 있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초대형IB 대열 합류’라고 발표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초대형 IB 진입을 위해 이번 증자를 진행했다”며 “업계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신흥시장 지분참여 등 해외사업 확대, 최근 감독당국의 규제비율 강화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증자 배경에 대해 전했다.

내달 안에 유상증자가 완료되고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마련되면 금융당국에 초대형IB 지정을 신청서가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작년 말 기준 3조 4751억원이기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 이후 4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4조원은 초대형IB의 자격요건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과거에도 적절한 시점에 하나금투에 대한 유증을 단행해 자본확충을 해왔다. 지난 2018년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렸고, 작년 7월 국내 증권사 중 8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받은바 있다. 

이번 증자를 거쳐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으면 하나금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에 이어 7번째로 ‘초대형IB 종투사’로 지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유증 이후 업계의 초점은 하나금융투자가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을 언제부터 전개할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진입이 제한된 시장인 만큼 장점도 많다. 이를테면 KB증권은 작년 6월 첫 발행어음을 출시하자마자 하루 만에 5000억원어치를 완판시켜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 3사의 지난 연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약 12조 9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하나금투가 만약 발행어음 인가를 받게 될 경우 단기금융업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수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는 만큼 보다 복잡한 전략이 구사될 것이라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발행어음 시장 성장세는 재작년에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으로 인가를 받았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많이 느려졌다”면서 “과거와 같은 상황이 아닌 만큼 각 회사들은 기존의 금리수준을 수정하거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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