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부터 전방위 기업 압박 예상…관치·연금사회주의 논란 가능성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올해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지난해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까지 도입되면서 다음달 주총부터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선언을 하지 않고도 주주제안이나 이사해임 청구 등이 가능해졌다.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막대해진 반면, 정작 국민연금은 정부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관치와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개최했다.

   
▲ 6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 이상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권태신 한경연 원장, 최광 전 복지부장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곽관훈 선문대 교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제 우리 기업들은 해외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경영권 간섭까지 받게 됐다. 문제는 이런 공격을 우리 기업들이 별다른 방어수단 없이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국민연금 설립 목적이 국민들의 미래소득 보장에 있는 만큼, 정부가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최광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국민연금의 일탈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 기업의 위법 행위는 관련법을 통해 처벌하면 되는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기금설립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칭)국민연금위원회”를 복지부에 설치해 감독 기능만 수행하게 하고(기금운용 간섭은 금지), △(가칭)국민연금위원회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되, 세계 최고의 기금운용 전문가들로만 위원들을 구성하여 전문성을 제고하고 독립성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 산하 위원회 중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집행역할을 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투자정책전문위원회’는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의 설치근거를 상위법이 아닌 시행령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법경찰학과 교수도 국민연금이 지닌 거버넌스 문제를 우려했다. 기금의 투자·운용이나 기업경영에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판단 및 의결권 행사는 투자전문가에게 맡기고, 현행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들 전문가들의 의사결정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운용위원회 사용자대표인 이상철 경총 수석위원은 정부와 노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내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기금운영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이유로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며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작년 말 마련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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