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개를 거부해온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이 7일 결국 언론에 공개됐다. 법령에 명시된 공소장의 국회 의무 제출을 법무부가 거부해온 이번 논란은 여권도 등을 돌릴 만큼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1차 수사를 마무리 지은 윤석열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관련자 13명을 일괄 기소했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은 “공소장이 재판도 하기 전에 언론에 모두 공개되는 건 잘못된 관행인 만큼 반드시 바꿔야 한다”면서 공소장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후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전문이 아니라 요약본만 국회에 제출되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 일부도 “유감”이라며 거친 공세를 이어갔다.
먼저 참여연대가 5일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명예 및 사생활 보호나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에 나섰다.
이어 친여 성향의 정의당도 6일 강민진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은 타당성 없는 무리한 감추기 시도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소장 공개가 원칙”이라며 “기소가 되면 우리 헌법상 공개재판을 하게 돼있고, 국회에서 공소장을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원칙상 맞다”고 말했다.
공소장 공개 원칙은 검찰이 시민을 기소하는 과정에 인권침해나 불공정 요소가 없는지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차원이다. 과거 노무현정부 때부터 법무부가 15년 넘게 국회에 개인정보 등을 가린 공소장 전문을 제공해온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공소장의 국회 제출은 국회 증언‧감정법에 명시돼 있다. ‘국가기관이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 받았을 때 직무상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다만 군사‧외교‧대북 관계 국가기밀로 국가안위에 중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함을 장관이 소명해야만 비공개가 가능하다.
추 장관의 이 예외 조항에 대한 소명이 없자 동아일보가 7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등 의혹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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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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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공소장에는 1992년부터 선거에서 8번이나 고배를 마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당시 후보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국정상황실이 움직였고, 공약 지원에 사회정책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 당내 경쟁자 회유에 정무수석비서관과 인사비서관까지 동원돼 대통령비서실 직제 조직 7곳이 관여한 것으로 적시됐다.
2017년 9월 20일 울산 남구 식당에서 송 시장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는 취지로 대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청탁했다.
송 전 부시장은 또 청와대에도 청탁을 넣어 문모 당시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도움을 구했고, 문 전 행정관은 관련 자료를 문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 사실이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송 전 부시장에게서 3건의 자료를 받은 뒤 수사에 도움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하거나 소문을 사실처럼 보이게 표현을 바꾸는 등 재가공을 거쳐 범죄첩보서를 생산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첩보서를 보고받은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하달되도록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직접 건넸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울산경찰청 소속 직원들에게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집중 수사를 지시하는 한편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좌천성 전보 조치를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또 검찰은 경찰 수사팀이 표적 수사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산정보에서 김 전 시장의 이름을 지웠으며, 지휘부만 아는 수사 내용이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울산경찰청이 지난 2018년 2월 8일부터 지방선거를 전후로 21회에 걸쳐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국정기획상황실, 민정비서관실 등에 수사 상황을 보고했다는 내용도 기재됐다.
특히 검찰은 민정비서관실이 수사 사건을 보고받지 않는 부서임에도 경찰 수사팀을 만나 관련 내용을 확인하거나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으로 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18년 12월3일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다른 경찰 수사 상황도 보고받았다는 게 검찰이 조사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송 시장이 선거에 필요한 공약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또 송철호 캠프와 청와대가 '후보자 매수'에 나선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은 송 시장의 후보 확정을 지원하기 위해 당내 경선 경쟁자이자 86학번 동기 모임으로 친분이 있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 자리를 제안하며 불출마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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