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인플레이션 관련 최근 논의 및 시사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경제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사상 최장의 확장국면에 진입한 이래 성장세가 잠재수준을 웃돌고 실업률도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은 연준의 장기목표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 같은 경기와 물가 간 관계 약화는 금융위기 이후 여러 선진국에서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 사진=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9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관련 최근 논의 및 시사점’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해 하반기 중 정책금리를 3차례(75bp) 인하하면서 이에 대한 배경으로 약한 글로벌 경제성장 및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외에도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언급했다.

최근 경기‧고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상당히 약화된 것이 저인플레이션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고용과 물가 간 관계는 통상 필립스 곡선을 통해 살펴보는데 고용에 대한 물가의 반응정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가 1980~90년대 이후 빠르게 평탄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용상황(실업률)의 물가 영향력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미시 및 거시 데이터 분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양자간 기본적인 ‘음의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기대인플레이션 안착도 주된 요인이다. 효과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착되면서 경기 호조에도 인플레이션 확대가 제약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이 지난 2012년 물가목표제를 도입하는 등 물가안정을 더욱 명시적으로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연준목표 부근에 안착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결정에 있어 인플레이션 지속성(과거 인플레이션)의 영향력이 축소된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를 상당 기간 하회하면서 일각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확대와 시장 집중도 심화, 기술 발전 등 시장의 변화가 물가상승을 추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상거래는 온라인 업체 간 온-오프라인 업체 간 가격경쟁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10년간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소매판매 가격 조정의 빈도가 늘어나고 가격 조정 주기는 단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동일한 상품의 지역별 가격차이는 음식료품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자제품은 온라인 쇼핑의 점유율이 높은 부문에서 가격 조정 주기가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미국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경기호조에도 임금 상승세가 제약되고 있다. 실제 노조가입률이 1980년 25%에서 17년 10.7%로 하락하고, 노동시장 내 인력파견회사, 아웃소싱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근로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 증가했다.

반면 1977~2009년 중 노동 수요가 소수의 고용주에 집중되는 고용주집중 현상이 심화돼 왔는데 고용주가 집중된 업종일수록 임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 정책변경 등 경기변동과 상관없는 특이요인 역시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기민감 물가의 기여도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비민감 물가의 기여도는 상당폭 축소됐는데 이는 의료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벌률 변경에 따른 공적 의료보험 프로그램의 지출 감소로 둔화되데 주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홍직 뉴욕사무소 차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 안착 및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구조적 둔화, 경기의 물가 영향력 약화, 품목별 특이요인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전명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요인에 주로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물가동학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미시정책 변경 등 품목별 특이요인의 파급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물가전망에 보다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